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늘 내게 힘이 되어주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조언을 많이 들었고, 한국 사회의 무거운 현실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친구의 지인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덧 3년 차가 되었지만, 처음 품었던 큰 꿈처럼 영주권을 얻고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끝내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문제는 그 3년의 공백이었다. 돌아오려는 순간, 경력 단절이 주는 불안감에 괴로워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불현듯 ‘나도 저 상황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막연히 퇴사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더 깊이 계획하고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이 마음속에서 단단해졌다. 지금의 사회는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일자리도, 기회도, 심지어 구조조정의 그림자까지 드리워진 이 현실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 속에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오직 영어 공부뿐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한국에 있는 동안 만큼은 미련 없이, 흔들림 없이, 영어에 몰두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늘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다. 왜 나는 이렇게 의지박약할까.”
이 마음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반드시 다르게 만들겠다고 나 자신을 설득해본다.
문득 대학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쏟아부어 중국어 어학연수를 갔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온 기억. 그때의 후회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는 퇴직금이라는 더 무거운 자산을 걸고 떠나는 만큼, 다시는 학비가 아까운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안은 여전하다. ‘혹시 영어가 부족해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아니, 입학조차 못하게 되면?’ 이런 걱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게 있다. 오늘 들은 이야기들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는 사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한 만큼 더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해본다.
“이번에는, 후회 없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비록 나는 늘 의지박약하다고 스스로를 탓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르다.
오늘의 다짐은 단순한 결심이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고, 흔들리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겠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