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하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내가 원하는 나를 찾아가는 중일까..?

by 피그말리온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된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나와 다르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예전의 내가 책임감이 있다고 믿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착각이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핑계만 길게 늘어놓던 모습이 초라해서, 이제서야 그게 보일 뿐이다.


요즘 특히 한 팀원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직이라는 신분에도 매일 야근을 하며 묵묵히 모든 업무를 감당한다.

불평도 없고, 기대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따뜻한 말들을 듣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그 사람을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마주칠 때마다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다.


나는 그러지 못했었으니까.

금세 지치고, 불만이 많았고, 뭔가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기억들을 애써 밀어내고 살았는데, 요즘 들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은 별것도 아닌 일에 또다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그것도 메일로.

그러고 나니 더 미숙해 보였고,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반복한 것 같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나 그대로 호주에 가면, 달라질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지금의 나를 그대로 들고 새로운 환경으로 옮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도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 내가 되고 싶은 자아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이곳에서는 이미 단추가 몇 개 잘못 끼워진 느낌이라, 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오래된 이미지와 관계, 그리고 과거의 실수들 속에 묶여 있다.

사람들은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 역시 그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이 구조 속에서는 새로운 나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으로 가면,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 과거가 증발한 자리,

‘지금의 나’ 그대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에서라면

조금은 다르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나는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를 버리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들 여지를 찾는 것.

그리고 나는 이미 그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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