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더위가 한풀 꺾인 날의 주말 오후
임신한 친구를 만났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계절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삶이 순리에 따라 흐르는 장면 같았다. 어쩌면 가장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묘한 부러움이 스며들었다.
나는 서른이 넘은 지금에서야 뒤늦게 모든 것을 놓아두고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안정적인 삶, 그리고 부모님과의 이별까지… 내게 익숙했던 세계를 등지고, 낯선 호주라는 땅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불현듯 ‘이 길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라는 질문이 마음을 흔든다. 정답처럼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 앞에서, 내 미래는 안개처럼 불투명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본다. 모든 삶이 같은 순서로 흘러야 할 필요가 있을까. 친구의 길은 정직하고 단단한 땅 위를 걷는 것이라면, 나의 길은 바람을 따라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 땅을 부러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바다를 꿈꾼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향일 뿐이다.
불안은 낯선 바람이 불어올 때 생기는 흔들림과도 같다. 하지만 그 바람이야말로 내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내가 머물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내 선택의 끝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군가의 삶이 아닌 나만의 길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그 길이 더디고 험하더라도, 그것은 내 삶의 고유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나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