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트리의 현인, 하워드 막스의 메모를 읽고
안녕하세요.
요즘 세상을 보면 참 이상한 일들이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오히려 그 상식을 지키려는 이들이 손해를 보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저는 하워드 막스 의 메모를 찾아 읽습니다. 세상을 읽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니까요.
하워드 막스는 매달 한 편씩 메모를 써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오크트리 캐피털'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이제부터 매달 메모가 올라오면 그 내용을 요약해 드릴게요.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투자 세계의 어른입니다.
워렌 버핏이 “막스의 메모가 나오면 반드시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통찰은 깊고도 예리하죠.
그는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을 공동 설립하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거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굴려서가 아니라, 그의 글에서는 경제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함께 묻어납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가요.
하워드 막스의 메모는 오크트리 캐피털 공식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되어 있어요.
놀랍게도 한글 번역본도 함께 제공되고 있답니다.
투자자가 아니어도,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그의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충분한 가치를 줍니다.
이번에 소개할 메모는 2025년 6월에 발행된 <경제법칙 폐기에 관한 첨언>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6월 메모에서 경제의 기본 원칙,
즉 ‘경제법칙’은 인간의 본성과 직결된 자연 질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경제는 스스로 균형을 잡는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다"고 말하죠.
예를 들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리는 것.
이 단순한 원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스는 이 원리가 생각보다 더 본질적인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종종 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개입해 ‘좋은 의도’로 결과를 바꾸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우니까 임대료를 제한하고, 보험료가 너무 비싸니까 보험료 인상을 금지하고,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외국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일들 말이에요.
막스는 이런 조치들이 짧은 시야로는 따뜻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결국엔 시장의 기능을 훼손하고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임대료 규제는 기존 거주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새로운 수요자에게는 주거 기회를 빼앗고, 집주인의 수익성을 낮춰 투자를 위축시키며,
결국 도시 전반의 주거 환경을 노후화시킵니다.
세계적으로 이슈였던 캘리포니아의 화재보험도 마찬가지였어요.
보험료를 너무 올리지 말라고 규제했더니, 보험사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막상 산불이 나자 대부분의 피해 가구가 보험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가격을 낮추게 할 수는 있어도, 보험사가 그 가격에 계약을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관세.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수입품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
국내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고 품질 개선 동기를 잃었으며,
결국 소비자는 더 비싼 물건을 사야 했습니다.
이건 일종의 ‘가격을 통한 보호’지만, 실상은 소비자가 그 대가를 치르는 구조였죠.
막스는 이런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말합니다.
“정부는 가격은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가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요.
시장을 억누르는 정책은 결국 공급을 마르게 만들고,
그 피해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는 시장을 완전히 내버려 두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 만든 상처를 보완하는 데 있다고 말하죠.
예를 들어, 실직자를 위한 재교육 제도,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지원, 경쟁을 해치는 기업의 횡포 제재 등이 그런 역할입니다.
이 메모를 통해 하워드 막스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그저 표를 잃고 싶지 않은 걸까요?”
그 물음이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며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정작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가격을,
세계 국가들에는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을 안겨줍니다.
지금 당장은 별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막스는 말합니다. 이건 결국 “무역 장벽이라는 모래로 만든 댐”과도 같다고 말이죠.
세상은 연결되어 있고, 한쪽이 무너지면 반동은 세계를 덮치게 됩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단순한 포퓰리즘을 넘어, 자유시장이라는 기반 자체를 흔드는 중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나라를 생각해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죠. 기축통화국도, 패권국가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오히려 하워드 막스가 꼬집은 문제들이
우리 사회와도 묘하게 겹쳐 보였어요.
막스는 말합니다.
"미국 정부는 눈앞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미래의 재앙을 후세에 떠넘기고 있다"고요.
우리 사회도 똑같죠. 연금 문제, 재정 지출 절제, 적자 구조...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아요. 표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죠.
결국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권력자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각자도생이 정답이 되어가는 사회라는 사실을요.
하워드 막스는 우리에게 완벽한 세상도, 만인을 위한 해법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단지 “최선의 길은 경제법칙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질서를 세워나가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시장에 맡긴다고 다 해결되진 않아요.
하지만 억지로 방향을 꺾으려 하면 그 반작용은 훨씬 더 커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을 직시하고, 개인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