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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ANNE Oct 14. 2024

충무로 블루스

20년 차 편집디자이너의 충무로에서의 먹고사니즘

충무로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건 1996년도였던 것 같다. 

1994년도에 대학로에 있는 디자인학원을 1년을 다녔고 그 이후 취업이 되지 않아 편집디자인 학원을 다시 6개월을 더 다녔다. 


편집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만화가가 꿈이었던 내가 다니던 애니메이션 회사 근처 전봇대에 붙어 있는 편집디자이너 학원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기술을 가지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다른 애니메이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박봉에 시달렸고 일을 열심히 해도 점심을 사발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생활고에 찌들어서 모형회사, 한복가게, 핸드폰가게, 식당, 필름 현상소, 텍스타일 디자인회사, 시트 컷팅집 등 다양한 회사를 전전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던 월급은 70만 원을 넘지 못했다.

돈을 벌고 싶었던 나는 자꾸 이직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 단순 판매직이나 사무직에서는 오래 근무를 못했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던 어느 날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아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대학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낮에는 디자인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1년을 배우고 충무로를 나왔는데 막상 디자인은 배웠지만 프로그램을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서 신입으로 취업이 힘들었다.


다시 매킨토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일러스트, 포토샵, 쿽을 배웠다. 이제 드디어 신입이어도 나를 써줄 회사가 생겼다.


처음 들어간 회사는 한 게임 관련 잡지사였는데 사수도 없고 사장, 기자, 나 이렇게 셋이 근무를 하고 같이 사무실을 쓰는 팀이 게임프로그래머 회사였다.

그렇게 근무를 시작했는데 당연히 디자인 툴만 다룰 줄 아는 나는 디자인을 할 수가 없었다. 사수가 없어도 나름 열심히 이미지 편집에 배경디자인에 편집을 매달 해나갔다. 디자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감을 매달 하다 보니 속도도 조금씩 늘었고 작업도 꽤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잡지사의 특성상 일주일정도 마감기간에는 집에 못 갔다.


당연히 철야를 한다고 들었지만 밤새서 일을 하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자가 자꾸 치근덕대는 바람에 근무 의욕이 떨어져 결국 퇴사를 하고 자동차광고 디자인 회사를 들어갔다.

이때부터 일자리는 많았다. 늘 내 실력이 문제지 자리는 많았던 것 같다. 그건 지금도 적용되는 현실이었다.

자동차광고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웠다. 광고 러프 스케치에 맞춰 종일 이미지 사진을 찾고 컬러정보 매칭자료 준비하고 타이포텍스트를 오리고 잘라 붙여놓고 메인디자이너의 보조를 하는 역할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밤을 새워야 했다. 밤새는 일은 이 바닥은 뭐 너무 당연해서 그러려니 했다. 하루에 책을 수백 권을 넘게 뒤지고 찾고 했던 것 같다. 슬라이드 찾는 일도 그때는 재밌었는데 어떻게 그걸 다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디자인 회사도 몇 군데 더 옮겨 다니다 결국 밤샘작업이 힘들어 독립을 했다. 그때 나이 25살이었던 것 같다. 프리랜서로 독립 후 밤은 더 많이 샜지만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어 힘들지 않았다.

나는 일의 성과랑 돈의 비율이 맞아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서도 나는 가끔 프리랜서 생활이 지겨워지면 회사를 들어갔다가 다시 충무로를 나왔다를 반복했다. 왜 그랬는지 몰라도 정착이 잘 되지 않았다. 아마도 연륜이란 것이 쌓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이렇게 충무로에서 20년이 넘게 지내고 있고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지금도 충무로는 자주 들락거린다.

편집디자이너로서의 삶과 디자인 에피소드, 창업과 동업, 출산 후 재택근무를 하게 된 배경, 디자인 이야기, 굿즈 제작 책 제작, 캔바로 디자인하기 블로그 운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늦기 전에 써보려고 한다.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되길 바라며 편집디자이너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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