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아침,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도 따스하다. 한 겨울인데도 영상 5도 이상이니 포근하기까지 하다. 새벽에 비까지 살짝 내렸더니 도시인데도 공기마저도 상쾌하다. 겨울 속 봄을 실감하는 방학 첫날이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침에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도 않아도 되니 내 세상이다. 기분이 좋으니 목소리가 평소보다 몇 단계 업이 되었다. 최근에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된 아들은 전속력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 돈다. 그에 질세라 딸도 자전거에 올라타 서서는 속력을 내어 아들을 금세 따라잡는다.
우리 아들딸 신난 목소리에 아파트 친구들도 어디서 한 두 명 나오더니 금세 노는 무리가 형성되었다. 나 보고 축구공 차 달라는 아들 부탁도 더 이상 들어줄 필요가 없다. 저희들끼리 모여서 쑥덕거리더니 하하하 웃으며 뭐 그리도 좋은지 모여서 논다.
아침 9시 30분, 혼자서 덩그러니 맞는 평일 아침에 아파트 안을 여유롭게 걸어본다. 평소 안 보이던 눈이 큰 초록 동박새 한 마리가 동백꽃 사이로 왔다 갔다 하더니 꽃 속 꿀을 먹는다. 그에 질세라 검은 노랑 곤줄박이 한 마리도 나타나 나란히 동백꽃꿀을 먹는다. 요즘 아침마다 동백꽃 속에 코를 파묻고 동백꽃향에 취해 내 세상이다라고 좋아서 외치고 다녔는데 작은 새들에게도 동백꽃은 참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새들도 아침식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이 꽃 저 꽃 돌아다니고, 아파트 관리하시는 분도 재활용장을 치우시느라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바쁘시게 움직이신다. 그 바쁜 새들과 관리하시는 분들 사이로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유유히 나 혼자만 여유를 만끽한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에 따뜻한 햇살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쳤기에 이 시간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겨울 방학 동안 지친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고 개학하기 전까지 미뤄놓은 일을 마무리 잘하자.
야호!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내 세상 나에게도 당분간은 내 세상이다. 그래도 학교와 유치원을 안 가는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최소한의 임무는 내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