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하나씩' 주문 외우기

by 도도쌤

아이들과 있으면서 동시에 업무를 척척 해결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어떻게 업무를 그렇게 빨리 처리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대게가 애들 시켜놓고 하면 된다고 그런다. '속으로 그게 가능한가? 집중해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가?'싶다.


내가 일처리가 조금 늦으니까 한 선생님이 그러신다.

"선생님도 멀티 안 되죠?"

"네...."


그래. 멀티가 어려운 나다. 특히, 멀티가 필요한 1학년 하면서 더 느낀다. 이 녀석들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자기 할 만만 한다. 멀티 질문과 멀티 상소를 총알처럼 쏘아붙인다. 제발 한 명씩 하라고 해도 잘 안된다. 그래서 원 진료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하소연한다.


"의사 선생님한테 가 봤죠? 의사 선생님이 환자를 여러 명 동시에 보면서 진단을 하나요? 아니면 한 명 한 명씩 진단을 하나요"

"한 명씩요."

"의사 선생님이 여러 명 동시에 진료를 하면 제대로 진찰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맞아요. 한 명 한 명씩 해야 하죠. 그래서 병원에 가면 많이 기다려야죠.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바로 '저요', '저요' 세네 명씩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은 들어줄 수가 없어요. 한 명에 한 질문만 받도록 할게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잘 알아듣고 최대한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을 한다. 물론 그게 하루 지나가면 아니 한 시간 지나가면 끝이지만 말이다. 하하하하하!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힘든 이유는 바로 일(一) 대 다(多)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 여러 명을 동시에 이끌다 보면 멀티를 해야 할 일이 부지기수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질문과 고자질과 하소연이 첩첩산중에 설상가상인데 그 일들을 하나에 하나씩 처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동시에 일처리 하기, 즉 '멀티'가 안 되는 나지만 올해 1학년 하면서 하나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내 스타일이 생겼고, '하나에 하나씩'의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정리가 된다.

멀티가 잘 안 돼서 생각해 놓은 방법이 바로 '우선 일처리 목록'이다. 오늘 할 일을 급한 순서대로 메모지에 적고 하나씩 끝낼 때마다 그 항목을 지운다.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가 되고 어수선했던 일들이 사라지니 성취의 쾌감도 느낀다.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바로바로 해결하려고 하고, 중요한 일이면 아이들 이름을 적어놓고 반드시 남아서 상담을 하고 간다. 아이들도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로 정리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과 마음의 정리를 하고 기쁨을 느낀다.


둘째, 몰입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메신저가 1초 간격으로 깜빡깜빡거려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내가 하고 있는 수업에 최선을 다한다. 잠시 확인을 하고 클릭하는 순간 수업도 안 되고, 일처리도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가르칠 땐 무슨 일이 있어도 수업에만 집중하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메시지를 클릭해서 확인하고 아이들 보내고 최대한 빨리 일처리를 한다. 수업할 땐 수업, 일처리 할 땐 일처리 그렇게 하나씩 몰입을 하고 그 순간을 즐긴다.


셋째, 마음이 편안하다.

아이들이랑 있으면 정신없는 순간이 하루에 한 번은 꼭 찾아온다. 그 순간 내 마음을 잘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이 서둘러 색종이를 갖고 싶고, 아이들이 서둘러 발표를 하고 싶다. 이 순간 내 마음이 바쁘면 절대 안 된다. 줄 별로 나와서 준비물을 하나씩 가져가게 하고, 발표도 줄 별로 순서대로 최대한 시켜주면 된다. 먼저 색종이가 갖고 싶다고, 먼저 발표하고 싶다고 아이들이 꼼수를 부려도 할 수 없다. 순서대로 하면 시간이 걸려도 다 하게 된다.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아이들도 여유롭게 자기 순서에 맞게 준비물도 가져가고 발표도 한다. 하나에 하나씩 처리하면 이렇게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이들 마음도 편안해진다.





종종 난 체한다. 배가 너무 고파 먹은 밥은 체하기가 일쑤였다. 왜냐면 밥 먹으면서 그 바쁜 일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바쁜 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시까지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지금은 4시 50분. 배는 너무 고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바로 이 순간, 머릿속으로 '하나에 하나씩' 주문을 외운다.


제일 먼저 할 일 목록을 머릿속으로 빨리 작성한다. 첫째, 김밥 한 줄 사 먹기. 둘째, 아이들 데려가기. 그리고 김밥 먹는 일에 몰두를 한다. '생각보다 우엉 맛이 강하네.' , '국물이 시원하다.', '김밥이 생각보다 두툼하다.' 그렇게 먹는 일에 몰두를 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결국, 아이들을 10분 늦게 데려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늦었을 뿐이다. 김밥은 김밥대로 맛있게 먹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하나에 하나씩 일처리 목록을 완성했다. 그리고 몰입도 했다. 끝으로 마음의 편안함도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아버지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에 종종 내게 했던 말이 바로 '하나에 하나씩'이었다. 부자간에 말이 거의 없었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드시면 툭툭 던지던 말씀이 바로 "하나에 하나씩 해야지 동시에 여러 개 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한다."였다. 아버지도 하나에 하나씩 잘 안 되니까 나한테 그러지 않았나 지금에야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라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하나에 하나씩'이다. 안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게 된다. 나도 어느 정도 세상 살았나 보다. 이제야 세상 진리를 알게 되니 말이다. 멀티가 잘 안 되는 나지만 하나에 하나씩 확실히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련다. 그게 내 스타일임을 이젠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