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by 도도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는 의심조차 안 해 봤다. 기본적으로 내가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믿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내가 괜찮다.'라는 건 뭘까? 기본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거다. 내 속에 여러 모습이 있지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내가 좋은 거다. 좋은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먹고 싶은 내가 또 좋은 거다.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행동하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차근차근 알려주는 내가 좋은 거다. 화가 나도 나의 화를 아이들에게 바로 전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가 좋은 거다. 이런 좋은 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내가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괜찮지 않다.'라는 건 또 뭘까? 1학년 아이들을 한 1년 가르치니 2가지 경우가 눈에 들어온다.


첫째는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괜찮지 않은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대게 부모님이 간섭이 아주 심해 보인다. 사사건건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니 항장 주눅이 들어 있고, 무슨 일을 해도 자신감이 찰 리가 없으니 내가 좋지 않은 거다. 나도 괜찮고 싶은데 주위에서 도통 칭찬을 안 해 주고, 내 말을 정성 들여 들어주지 않으니 내가 좋을 리가 없는 거다. 그러니 이런 아이들은 매사 소극적이고 뭘 해도 신나지가 않아 내가 싫어진 거다. 한 마디로 '내가 괜찮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 필요했다. 잘 관찰하니 잘하는 게 보인다. 진심으로 칭찬해줬더니 이젠 제법 '내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항상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A. 역할 놀이 시간, 감정을 이입할 줄도 알고 목소리도 크게 하여 그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낸다. "A, 너 연기 진짜 실감 나게 잘한다!" 칭찬을 마구마구 해 줬더니, 그다음부턴 수업시간 손을 들고 발표를 아주 열심히 한다. 예전엔 발표도 안 하고, 무슨 활동이든 아예 끝마치지도 않고 중도에 포기했던 아인데, 이젠 발표도 잘하고 늦게라도 활동을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을 한다.


글에는 전혀 자신이 없었던 B, 큰 따옴표와 작은따옴표의 기능을 배우고 나서 "B, 글 내용이 많이 풍부해졌다."라고 마구마구 칭찬을 해 줬더니, "선생님, 오늘은 원고지 한 바닥 가득 채웠어요!"라며 내게 자랑을 한다. 정말 글 내용이 많이 풍부해졌고, 자기 느낌이 많이 들어가 있다.


둘째는 나만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지 않은 아이들이다. 즉,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너무 믿는 나머지, 자기 자신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주변을 아예 못 봐 '내가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된 거다. 사실 이 경우의 아이들 훨씬 더 지도하기 어렵다. 자신을 많이 사랑하긴 하는데 희한하게 주변을 힘들게 한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1학년 아이들, 주목받고 싶은 1학년 아이들에게서 이런 아이들을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발표도 잘하고, 목소리도 크고 얼핏 보면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의견이 전부이고 자신의 말만 먼저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은 잘 모르지만 주변 친구들을 아주 힘들게 한다.


이 후자의 아이들을 상대하는 게 상당히 벅차다. 이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면 에너지가 정말 너무 빨리 고갈이 된다. 어느 날은 정말 벽에다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진짜 괜찮은 아이들로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역시 '칭찬하기'다. 잘하는 걸 칭찬한다. 대신 진짜로 칭찬해야 한다. 어느 날 D에게 "너 그림은 너무 멋져 선생님이 사고 싶을 정도네!"라고 했더니 그림 하나를 그리더라도 정말 정성 들여 그린다. 그리고 그 그림을 통해 서로 이야기도 하고 그 순간은 정말 의사소통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들어주기'다. 자기 말만 하는 E, 너무 지나치지만 않으면 아이 말을 우선 다 들어주려고 한다. 그 순간 조금 수업엔 방해가 되지만 그래도 들어준다. 뭐든지 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니 희한하게 E와 다툼이 없어졌다. 그 순간 들어주지 않으면 그걸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걸 이제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이말에 충실히 들어주기가 해결책이었다. 대신,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은 따끔하게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본인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수업이 힘들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자기주장이 강해서 주위를 힘들게 하는 아이 C 마찬가지다. 자신이 꼭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교실 규칙을 잘 안 지키고 여자 아이들과 말다툼이 많았다. 이 아이에게도 아이 말을 많이 들어주고, 산수 계산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고 칭찬해주고, 그림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보고 "생각이 좋아졌다."라고 한다. "생각이 깊어졌다는 말이야?"라고 물으니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렇게 힘들게 하던 그 아이가 생각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순간 '아!' 했다. '평소 같으면 주변 생각도 안 하고 화내고 할 건데, 생각을 하고 있어서 요즘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고, 내 말도 전에 보다 더 잘 듣는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괜찮지 않은 아이들, 자기 자신만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주변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 이 둘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칭찬이고 관심이고 사랑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칭찬과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 마음에 씨앗의 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믿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번씩 버럭 하는 선생님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다행히도 부모님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내가 좋단다. 오늘도 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괜찮은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아이들 곁에 설 거다. 괜찮은 아이들로 자라나게 하기, 그게 바로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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