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왜 아직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깐 멈춘다.
딱 떨어지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이유가 너무 많고,
여러 문장으로 풀어내기엔 왠지 쉽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제 막 프랑스 대학교에서 졸업을 했다.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이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프랑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누가 얼마나 일하는지,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해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지 않는 공기.
열심히 사는 사람도,
조금 느리게 사는 사람도
각자의 속도가 존중받는 느낌이 있다.
자연과 가까운 삶도 마음에 든다.
집 근처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양이 보이고, 바다가 가깝고, 숲이 이어진다.
밤에 집 밖으로 나가면
가로등보다 별이 더 많은 날도 있다.
그 아래 잠시 서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은 작아진다.
물론 불편한 점은 훨씬 많다.
행정은 느리고,
때로는 이유를 모르는 채로 기다려야 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설명해야 할 순간도 많다.
프랑스어는 여전히 나를 긴장하게 하고,
완전히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조금 부족해도 괜찮은 나,
모든 걸 잘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
이곳에서는 가끔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프랑스에 있다.
대단한 꿈 때문도 아니고,
확실한 계획이 있어서도 아니다.
언젠가는 떠날 수도 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프랑스에 있다.
그리고 이 글을 끝으로
이 연재도 잠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프랑스에서의 학교 생활,
낯설었던 언어와 사람들,
버텼던 시간들과 배워야 했던 감정들까지
이 글들은 모두
그 시간을 통과해 온 나의 기록이었다.
부족한 문장에도
끝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 낯선 타지에서
나를 생각보다 덜 외롭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프랑스 대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