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나의 가장 큰 장점, 나의 가장 연약한 언어

by 라엘

프랑스어는 나에게 강점이자, 동시에 가장 연약한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단 한 순간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프랑스에 가기 전,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로 알바를 했고, 돈을 모았다.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어폰을 꽂고 프랑스어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지 못해도, 그냥 계속 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단어장을 펼쳐 단어를 외우고 또 외웠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을 찾아 수업을 예약해 이야기를 들었고,
괴외 선생님을 찾아 프랑스어를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더 배웠다.

그리고 프랑스 대학교에 입학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프랑스어는 여전히 어려웠다.
지금도 그렇다.


프랑스에 살고 있으니 매일 프랑스어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여기에 멈추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싶었고,
상대의 말을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아무리 하기 싫은 날에도,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읽으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나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내 프랑스어가 완벽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모르는 단어는 늘 나오고,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말로 부딪히며 배우는 방식보다는
혼자 생각하며 연습하는 시간을 훨씬 많이 가졌다.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막히면 단어를 찾고,
다시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쓰고 지우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에게 “프랑스어 못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정말 프랑스어를 잘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 잘하네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여기서 살아온 사람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억양을 신경 쓰고,

한번 더 문법을 생각하고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애쓴다.


프랑스어는 아직도 나의 단점이다.
아주 공격하기 쉬운 부분이자,
조금만 건드리면 흔들리는 연약한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그 연약함을 조금이라도 단단하게 만들려고 한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프랑스어는 나에게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이 언어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채로
계속 곁에 두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다시 프랑스어로 책을 읽고 단어를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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