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스노우

by 조효복

마린 스노우




눈(雪)이 된 고래를 보았다

저마다의 날개로 날 줄 아는 고래들


쌓인 눈의 푸른 적막에서

흰 고래의 깊은 잠을 보았다

난 이제야 울 수 있는 눈을 가진 것 같다


들린다 또렷하게

내리는 눈에서 함성이 들린다

흩날리는 목소리는 쌓여도 얼어붙지 않고

숨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자라고 있다


고래잡이를 끝낸 무리들이 바다를 등지고 사라진다

작살은 날개를 찌르고 밧줄은 상처를 벌려

바다를 짜내면 푸른 피가 번지는데


눈이 온다


처음 만난 눈을 받아먹는 아이처럼

바닷속 아이들도 눈의 시간을 즐기겠지

떠도는 별들 주위를 돌며 말간 몸을 빛내겠지


고래가 죽어 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눈먼 심해어가 꽁꽁 언 아이의 발을 감싼다

아이의 콧잔등에 앉은 눈이 바닷속을 떠다니고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저 고래들


쌓인 눈은 함부로 밟는 게 아니었다

어제와 같은 눈은 없고 어제와 다른 고래가 있다



*마린 스노우(Marine snow): 물 위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현상.



월간『모던포엠』2025.신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