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핀들
이곳은 고여 있고 우린 매일 걸어 들어간다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에 발을 담그기 위해
해안을 붙들고 있는 파도 같다
숨죽이지 않은 게 없는 오후
슬픔이 눈부시게 흔들리고 있다 물빛은 우리처럼 환하고
검은 해변에서 흰 파도를 골라내 조금씩 바다를 만든다
밀려드는 물그림자를 놓아주는 몽돌들
우린 사라져 가는 연대기
주저앉는 절벽들
파랑이 산란하는 빛으로 만들어진 작은 파편들
극지의 해변을 완성하는 어린 퍼핀들
뼈를 드러낸 물고기는 금방 걷힐 구름처럼 흩어지겠지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우린 재미있고
빈 조개를 쌓아 올리는 사이
세상 모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섬
우리는 조금 더 퍼핀일 수 있을까
아직 죽지 않은 바다별이 입안에 있다
온기가 사라진 둥지가 천천히 젖어 가는 밤
기다리던 오후를 갈매기가 물고 간다 잠은 사라지고
달이 떠야 할 곳에 부리가 걸려 있다
*퍼핀: 대서양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바다오리.
시 전문지『아토포스』2024 겨울호 발표
사진-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