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없는 기분

by 조효복

나눌 수 없는 기분



네가 멀리서 미끄러진다

바깥을 잊은 이곳의 난 캄캄한 어둠인데

네 기분은 한파 속이라고 한다

나보다 깊이 빠지는 넌

날개를 퍼덕이며 날씨를 만들어

때아닌 눈을 보내오는 너

모르는 게 없어 이곳의 기분을 잘 알고

방향 없이 눈을 굴린다

짐작으로부터 앞질러

과녁이 된 사과를 모르고

발목을 잃고 무리를 떠나는 새를 모르지

오래 울지 못해 죽음이 된 긴 잠을 모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끝의 세계를 잊어버린 것 같아

우린 같은 이름의 다른 곳에 서 있고

네 지레짐작에 난 바닥없는 아래로 내려앉는데

네가 보낸 눈이 녹지 않고 쌓여 가고 있어

나는 실패하고 금이 가는 중이지

다가올 한기가 두려워

흩날리는 다정이 뭉쳐지지 않아

커진 날개가 부러지고 깃털이 검게 번지는 네 하늘을 봐

네 눈이 멈추는 날

함부로 눈을 굴리지 못하는 날

쌓인 눈 속에서 여전히 서로의 발목을 꺾는 우린

빙하를 넓히지 혹한의 극지를 떠돌지



시 전문지『아토포스』2024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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