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접은 풍경
양손의 엄지와 검지에서 방향이 생겨요
북쪽으로는 눈이 녹지 않은 도서관이
서쪽에는 정원을 갖춘 카페가 있지요
우산이 필요합니다 비구름은 어디에서 몰려오는지
남쪽이라면 꽃비여서 더 많이 젖을 겁니다
색종이를 접어 동서남북을 만들어요
가야 할 곳이 정해진 것처럼
밤의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처럼
길을 잃어가면서 우리는 만납니다
나를 피해 떨어지던 꽃잎들
꽃의 방향으로 연인들이 몰려다녀요
당신의 집 울타리 너머에 왕벚나무를 심었어요
정원을 가꾸는
풀빛 물든 당신 옆모습을 볼 수 있도록
키가 크게 자랄 겁니다
은하수가 기울고 눈이 내려요
편지를 완성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봄에 눈이 오는지
문장에 골똘한 당신 미간은 희게 빛나겠지요
하얗게 밤이 날려요
마음 한쪽이 방향 없이 내려앉고요
접힌 것을 펼치면 모두 한곳인 종이 안에
나는 오래 남아있어요
접어둔 자국이 깊어 가만히 펼쳐둡니다
월간 『모던포엠』 2024, 6월호 발표
사진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