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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배화 Mar 20. 2016

#1 새 학기

학교에 오신 할머니

 “오늘 우유 당번 누구지요?”

 “서이예요. 서이가 우유 상자 갖다 놓는 날이에요.”

 “그렇구나,  우유 상자 잘 갖다 놓세요.”

 ‘칫, 학기 초부터 우유 당번이 되다니…….’

  한 손에는 실내화 주머니를 다른 한 손에는 우유상자를 들고 낑낑거리며 교실을  나가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차림의 할머니 한 분이 복도 끝에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시며 우리 교실 쪽으로 다가오고 계셨습니다.

 꽃무늬 자수가 놓인 자주색 스웨터를 입으신 그분은 바로 우리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 학교에는 왜 오셨어요?”

 “응, 우리 서희구나. 선생님을 좀 뵙고 가려고.”

 “선생님을요?”

 바로 그때 선생님께서 교실을 나오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저희 할머니세요.”

 나는 수줍은 미소를 띠고 선생님께 우리 할머니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서이 할머니예요.”

 “서이 할머님. 어쩐 일로 학교에 오셨나요?”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있어서요. 서이야,   할머니가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 너 먼저 집에 가 있어.”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의례히 할머니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셨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셔도 된다고 매번 말씀드렸지만 황소고집 할머니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학교 가신다는 언급조차 없으셨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찾아오신 겁니다.

 할머니를 얄궂게 흘겨보지만 할머니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선생님께 머리를 조아리기만 하십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우유 상자를 들고 교실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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