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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땽님 Jan 20. 2020

1. 스물 여섯, 대표가 되다.

20대, 대표하기로 했습니다.

1. 스물 여섯, 대표가 되다.



시작하며.


 2017년 8월, 덜컥 사업자 등록을 했다. 내 나이 스물여섯, 만으론 스물네 살이었다.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20년이 왔고,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다. 아직도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나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수려히 써 낼만큼, 그리고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는 멋들어진 조언을 늘어놓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방황했고, 방황하고 있고, 앞으로도 방황할 것이다. 고생 중이다. 말 그대로 犬고생중이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창업을 꿈꾼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말만을 듣고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꿈을 내려놓을 것은 아니지 않는가? 심지어 20대의 창업. 고생길이 훤하지만 내가 모든 20대 예비 사장을 막을 순 없다(사실 그럴 권리도 없고).

 20대. 어린 나이다. 신체적으로도 어리고, 사회적으로는 갓난쟁이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수 십년을 견디고 구른 거래처 담당자나 대표들이 날 보면 얼마나 미숙해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한없이 작아지곤 한다. 실제로 어리숙해 보일 수 있고, 어리숙해 보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를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 나이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가장 거센 풍파를 맞이할 20대들에게, 그 길을 한 발짝 먼저 걸은 초짜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절주절 적고 싶었다.

 앞으로 적을 글은 교훈을 주는 글은 아니다. 난 타의 모범이 될 정도로 훌륭하게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며, 사실 철도 없고 별생각도 없이 자만심만 있는 겁없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그럼에도 이 글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실패와 좌절을 보며 독자들은 그 길을 살짝 피해 갔으면 좋겠고, 이 글이 험난한 창업의 길에 그나마 작은 등불이라도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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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대표가 되었다.


 사업자 등록은 얼떨결에 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사회 경험은 찔끔 있다가 말았고, 프리랜서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었다.

 성격이 꽤나 서글서글했기에, 지인들, 잠깐 다녔던 직장 동료들과 그들의 회사들, 심지어 이전 회사 대표님까지 내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내가 일을 엄청나게 잘 했어서, 라고 자신하진 못한다. 아직도 서투름 투성이인 지금의 내가 보기에도 과거의 나는 미숙했다. 어쩌다 보니 연이 닿아서 생긴 클라이언트가 많았다.


 어영부영 일을 하며 찔끔 용돈벌이를 하다 보니 제대로 신고를 해서 세금도 내고 세금계산서 발행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에서 알음알음 검색한 정보로 세무서에 찾아가 덜컥 사업자 등록을 했다. 그 이전의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부가세는 그냥, 물건 살 땐 포함됐는데 좀 비싼 식당에선 따로 받는 세금.. 정도로 생각했고, 과세자와 간이과세자가 있는 것도 몰랐다.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 몇 만원짜리 심부름같은 용돈 벌이 디자인 일을 하다보니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과세자로 사업자등록을 해야하는구나~ 해야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거였다.


 심지어 당시의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석사 마지막 논문 학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정식 사업이나 사업장 등은 생각할 생각조차 없었다. 서비스업으로 클라이언트를 직접 대면한 일이 적었고, 사업장 주소도 그냥 집 주소였다. 일을 많이 해서 이 사업을 성장시켜야지 하는 욕심?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픈빨(?)이란 것이 진짜 있는 것인가? 갑자기 일이 몰려들어왔다. 아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주문한 일.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이 아니었지만, 당시의 나는 처음 맞이하는 정식 일들이 당황스러웠고, 학기를 시작했기에 논문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벅찼다. 생각 없이 벌린 일의 후폭풍은 강했다. 4~5개월 동안, 정말 죽을 뻔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학업을 마치고, 또 어영부영 일을 하다 보니 반년 정도가 흘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일은, 대학원을 졸업식 전에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왔던 일이다. 돈도 별로 없는데, 있는 돈 없는 돈 쥐어짜서 다녀왔다.

 여러분,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에 무리해서라도 여행 다녀오세요. 사업 시작하면 여행 쉽게 못 가요. 절대 쉽게 못 가요. 절대. 진지해서 Bold하게 적어요. 정말정말 꼭 다녀와요.


 학교를 졸업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시기가 왔다. 난 이때까지도 안일했다. 사실 당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찌어찌 여러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고 하다가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불합격 통보를 받으니 몇 개월이 훌쩍 가더라. 사업은 부업 혹은 용돈벌이 정도의 느낌으로 틈틈이 했다. 그런데 준비하던 기업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후 다음 반기 취업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사업에 관심이 갔다. 일을 대충 처리하고 넘어가진 못하는 성격에 기존 클라이언트도 적당히 유지되고 있었고, 용돈벌이하겠다며 여기저기 글도 올리고 홍보도 하던 것이 조금 효과가 있네? 사업이나 제대로 해 볼까? 생각해보면 어렸을때부터의 (수십개도 넘는 것 중 하나의)꿈이 사장님이었잖아. 이 정도면 할 만한 거 아닌가?


 사업장을 구해보기로 했다. 사업자등록을 한 지 일 년 정도 지난 후의 일이었다.


 내 사업 시작 스토리는 최악의 예시다. 이 글을 보는 모두, 절대 이러한 길은 걷지 않을 것을 권유하며, 이렇게 대충 생각하고 시작하면 정말 犬고생한다. 사업을 시작은 했으나 잘 안 풀리는 분들, 이렇게 시작한 사람도 있어요. 힘내요.


 사업장을 구하고,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와 금전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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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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