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인도로 향한 두 거장
1960년대 후반, 서양의 음악이 인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조지 해리슨은 시타르의 울림 속에서 ‘영혼의 소리’를 들었고,
존 맥러플린은 인도의 리듬 속에서 ‘음악의 구조’를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인도 음악을 단순한 유행이나 장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인도는 하나의 ‘길’이었다
하나는 내면을 향한 길, 다른 하나는 탐구를 향한 길이었다.
조지 해리슨 - 음악보다 깊은 믿음의 순례자
해리슨이 처음 인도 음악을 접한 건 《Norwegian Wood》의 시타르였다.
그 한 음은 그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그는 라비 샹카르의 제자가 되어, 단순한 연주가가 아닌
배움과 헌신의 수행자가 되었다.
그에게 인도 음악은 ‘영혼의 언어’였다.
《Within You Without You》, 《The Inner Light》, 《My Sweet Lord》…
그의 노래는 점점 기도처럼 변해갔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신을 잊는 법을 배웠고,
그 순간 신에게 가까워졌다.
존 맥러플린 - 손끝으로 진리를 탐구한 과학자
존 맥러플린은 인도 음악을 감정이 아닌 이론과 구조의 탐구로 접근했다.
그는 인도의 라가(선율)와 탈라(리듬)를 철저히 공부하며
재즈의 즉흥성과 결합시켰다.
1975년, 그는 자키르 후세인과 함께 밴드 샥티(Shakti)를 결성했다.
샥티는 단순한 퓨전 밴드가 아니었다.
서양의 기타와 인도의 타블라, 므리당감, 바이올린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대화하는 새로운 음악이었다.
그의 음악은 종교적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질서와 조화의 신성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신을 찬양하지 않았지만,
연주 그 자체가 이미 찬양이었다.
자키르 후세인 - 두 세계의 가교
흥미롭게도, 두 사람 모두 인도의 타블라 거장
자키르 후세인(Zakir Hussain)과 함께했다.
해리슨은 1973년 《Living in the Material World》에
자키르를 세션 연주자로 초청했다.
그러나 그 만남은 한 곡의 인연으로 끝났다.
맥러플린에게 자키르는 평생의 동반자였다.
두 사람은 반세기 넘게 함께 무대에 올랐고,
서양과 인도의 경계를 지운 ‘대화’를 이어갔다.
하나는 ‘순간의 만남’이었고,
다른 하나는 ‘평생의 대화’였다.
조지 해리슨의 또 다른 얼굴 - 후원자이자 수행자
해리슨의 인도 음악 사랑은 단지 자신의 음악에
‘이국적 색채’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인도 음악을 서양에 알리고 보존하는
후원자(Patron)의 길을 걸었다.
다크 호스 투어 (Dark Horse Tour, 1974)
그는 북미 투어의 전반부를 라비 샹카르와 젊은 인도 음악가들에게 내어주었다.
하리프라사드 차우라시아(플루트), 시브쿠마르 샤르마(산투르) 등,
훗날 인도의 전설이 된 이들이 그 무대에서 처음 서양 청중을 만났다.
그 무대는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문화 간 존중의 상징이었다.
《Shankar Family & Friends》(1974)
그는 자신의 레이블 Dark Horse Records를 통해
라비 샹카르와 그의 가족, 동료들의 앨범을 직접 제작했다.
그는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인도 음악의 ‘기록자’이자 ‘보호자’가 되었다.
《Chants of India》(1997) — 영혼이 남긴 마지막 선물
조지 해리슨이 라비 샹카르와 함께 만든
《Chants of India》는 그의 음악적 여정의 결론이었다.
이 앨범은 단순한 인도음악 프로젝트가 아니라
음악으로 드리는 기도’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음악은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위한 균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앨범에는 베다의 경전과 만트라(Chant)가 담겨 있다.
그는 만트라의 반복 속에서 “이 세상의 어떤 행복보다도 더 높은 기쁨”을 찾았다.
《Chants of India》는 해리슨이 비틀즈 시절부터 노래해온
“My Sweet Lord”의 기도가 완성된 형태였다.
그의 음악은 이제 더 이상 ‘노래’가 아니라 ‘명상’이 되었다.
두 길이 만나는 곳
조지 해리슨은 인도의 빛을 서양에 전한 사람이었고,
존 맥러플린은 그 빛의 언어를 새로 쓴 사람이었다.
해리슨은 마음으로 인도를 받아들였고,
맥러플린은 손끝으로 인도를 탐구했다.
한쪽은 영성의 순례자였고,
다른 한쪽은 음악의 과학자였다.
하지만 두 길의 끝은 같았다.
그곳은 소리의 끝에서 만나는 침묵의 자리였다.
모든 리듬이 사라지고, 모든 언어가 멈춘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내면 속에서.연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