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해리슨의 'Someplace Else'

숨겨진 기도문: 사랑과 신앙의 경계를 넘나든 해리슨의 영적 러브송

by 고영탁

조지 해리슨의 〈Someplace Else〉를 들으면 사랑 노래의 형식을 빌린 기도문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노래 속에서 단순히 한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당신이 내 삶에 들어왔을 때(You got into my life)”라는 구절 속에는 인간적인 만남을 넘어선 신의 개입, 혹은 운명적인 깨달음의 순간이 깃들어 있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지상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I wish you belong to me”라 고백할 때, 그는 자신이 속하고 싶은 영원한 존재를 향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움의 온도는 육체적이지 않고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영적 연결의 열망으로 변한다.


이 곡의 마지막에는 한 줄의 회한이 남는다.


“But now I’m saddened like I’ve never been, regretting that we’ll leave.” (이제껏 없던 슬픔이 스며온다. 곧 떠나야 함을, 그 헤어짐을 후회하며)


세상을 떠나야 하는 슬픔 속에서도 그는 이미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별’은 해리슨에게 단절이 아니라 귀향의 예고다. ‘어딘가 다른 곳(Someplace Else)’이란 제목이 말하듯, 그가 찾는 사랑은 이 세상이 아닌 세계를 향한 발걸음이다.


1987년 영화 〈상하이 서프라이즈〉의 실패 속에서 태어난 이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해리슨의 커리어를 되살렸다. 그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영화사 ‘핸드메이드 필름스’를 통해 이 영화를 제작했지만, 작품은 혹평 속에 묻혔다. 그러나 단 한 곡, 이 발라드만은 살아남았다. 팬들은 그것을 “최악의 영화에서 건진 유일한 보석”이라 불렀다.


이후 해리슨은 친구 제프 린(Jeff Lynne)과 다시 녹음하여 앨범 《Cloud Nine》에 실었다. 사운드트랙 버전보다 조금 더 밝고 투명한 기타 톤, 짐 켈트너(Jim Keltner)의 따뜻한 드럼, 레이 쿠퍼(Ray Cooper)의 섬세한 타악이 겹치며 마치 새벽의 기도처럼 고요한 공기를 만든다. 영화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오직 노래만이 남았다.


〈Someplace Else〉는 결국 사랑과 신앙의 경계에서 피어난 조지 해리슨의 내면 자화상이다.

그에게 사랑은 곧 신앙이었고 신앙은 다시 사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길 끝에서 그는 말없이 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 닿고 싶어 하는 그곳, ‘어딘가 다른 곳(Someplace Else)’을 노래했다.


유튜브로 바로 듣기: 〈Someplace Else〉 전체 곡 감상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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