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의 우주는 빛나는 팝으로 가득 찼었다

80년대 음악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by 하리볼

흑백 텔레비전에 컬러 방송이 처음 나왔던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세상이 진짜로 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 변화의 중심엔,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음악이 TV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내 어린 우주는 팝이라는 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처음 본 그래미 시상식. 반짝이는 스팽글 장갑을 낀 채 문워크를 선보이며 무대를 휘젓던 마이클 잭슨은, 단지 가수가 아니었다. ‘Billie Jean’의 몽환적인 베이스 라인과 마법처럼 빛나던 하얀 장갑,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춤. 그건 인간이라기보다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 같았다. 어린 마음에 그는 ‘별의 조각’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TV에선 연필 선으로 그려진 만화 같은 남자가 실제 사람의 손을 잡고 현실 세계로 끌어오르고 있었다. 아하(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였다. 연필 드로잉과 실사 영상이 교차하던 그 영상은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음악은 시각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해줬다.

80년대 음악 본문1.png ▲ TV를 통해 음악은 귀에서 눈으로, 감각에서 감정으로 확장되었다

MTV는 매일 밤, 새로운 우주를 펼쳐 보였다. 보이 조지의 중성적인 매력, 마돈나의 도발적이면서도 당당한 퍼포먼스, 신디 로퍼의 자유분방한 색감.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체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팝은단지 노래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이었고 청춘의 표정이었다.


놀라운 건,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 음악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을 살지 않은 젊은 세대들조차 그 음악에 빠져든다. 아마도 그 안엔 순수했던 시대의 감성, 말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음악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


그때, 나의 우주는 정말로 빛나는 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도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80년대 음악 본문 2.png ▲ 화려한 색감과 사운드, 그리고 MTV. 80년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편 예고

『80년대 팝 명곡 100선』 ①: 시대를 연 목소리들 — 마이클 잭슨부터 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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