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음악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흑백 텔레비전에 컬러 방송이 처음 나왔던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세상이 진짜로 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 변화의 중심엔,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음악이 TV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내 어린 우주는 팝이라는 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처음 본 그래미 시상식. 반짝이는 스팽글 장갑을 낀 채 문워크를 선보이며 무대를 휘젓던 마이클 잭슨은, 단지 가수가 아니었다. ‘Billie Jean’의 몽환적인 베이스 라인과 마법처럼 빛나던 하얀 장갑,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춤. 그건 인간이라기보다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 같았다. 어린 마음에 그는 ‘별의 조각’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TV에선 연필 선으로 그려진 만화 같은 남자가 실제 사람의 손을 잡고 현실 세계로 끌어오르고 있었다. 아하(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였다. 연필 드로잉과 실사 영상이 교차하던 그 영상은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음악은 시각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해줬다.
MTV는 매일 밤, 새로운 우주를 펼쳐 보였다. 보이 조지의 중성적인 매력, 마돈나의 도발적이면서도 당당한 퍼포먼스, 신디 로퍼의 자유분방한 색감.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체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팝은단지 노래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이었고 청춘의 표정이었다.
놀라운 건,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 음악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을 살지 않은 젊은 세대들조차 그 음악에 빠져든다. 아마도 그 안엔 순수했던 시대의 감성, 말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음악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
그때, 나의 우주는 정말로 빛나는 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도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80년대 팝 명곡 100선』 ①: 시대를 연 목소리들 — 마이클 잭슨부터 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