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장 자주 꺼내는 이야기가 달리기가 되었다. 누구를 만나든 "뛰어보세요" 권하곤 했다. 체력을 키우는 데도, 기분을 다잡는 데도 이만한 게 없다고.
실제로 그랬다. 달리기를 하며 몸이 건강해졌고, 우울하던 마음도 조금씩 밝아졌다.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프로젝트 준비에만 몰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 일상은 감옥 같았다. 하지만 수감자에게 하루 한 번 허락되는 운동시간처럼, 오후가 되면 밖으로 나가 강변을 달렸다.
매일 6km. 때로는 10km, 하프마라톤 거리도 뛰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나섰다. 그 시간은 해방의 시간이었고, 회복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긴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달리기는 계속됐다. 매일 뛰진 못했지만, 거리와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어느 겨울엔 헬스장 트레드밀 위에서 달렸다. 해가 지고서야 밖을 나설 수 있었기에, 실내 러닝머신이 내 새로운 트랙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한 달 넘게 열심히 훈련하고 첫 대회에 나갔다. 초반엔 힘차게, 하프 지점까지는 순조롭게 달렸지만 이후 체력이 바닥났다. 종아리에 쥐가 나고,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1km는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온 힘을 다해 골인했다.
기록은 3시간 39분. 목표였던 4시간 이내 완주를 훌쩍 넘긴 결과였다. 첫 풀코스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였다. 이후 10km, 하프, 풀코스 등 다양한 대회에 꾸준히 나갔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음이 가라앉았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멈췄다. 감기까지 겹쳐 일주일을 쉬었고,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흐트러진 루틴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거리도 줄이고, 속도도 낮췄다. 6km. 천천히.
처음엔 몸이 어색하고 마음도 들뜨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을 이어가자 몸이 반응했다. 가볍고 따뜻해졌다. 근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계속 달렸다.
지금의 6km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나를 다독이고 균형을 찾아가는 일종의 치유다. 뛰기 싫은 날도 있지만, 그럴수록 '이건 치료'라 되뇌며 신발끈을 묶는다.
이제는 기록도, 대회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매일 6km, 다치지 않고 오래 뛰는 것이 목표다. 내가 나를 달리고, 다독이는 시간. 오늘도 나는 그 길을 향해 걷는다.
이 달리기 여정을 영상 에세이로도 만나보세요.
매일 6km, 나를 달리는 시간: 모든 걸 이룬 뒤, 모든 걸 잃어버렸던 어느 번아웃 이야기
“매일 6km, 나를 달리는 시간. 나는 그 길 위에서 조금씩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