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걷던 봄날의 올레길
여행에는 동반자가 있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챙기고, 누군가는 책을, 또 누군가는 스케치북을 들고 간다. 내겐 음악이었다. 여행지에서 듣는 음악은 풍경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제주 올레길을 혼자 걸었던 어느 봄날,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를 반복해서 들었다.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가사처럼, 끝난 사랑은 다시 오지 않았다. 음악은 그때 내 마음을 고요히 정리해주었다. 감정의 여운을 걷게 하고, 발걸음에는 리듬을 더해주었다.
여행도 그렇다. 머물렀던 도시, 스쳤던 공기, 낯선 이들과 나눈 인사. 모두 음악처럼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인도에서 머물던 시간은 내 삶의 흐름을 바꿨다. 사원에서 신의 이름을 외치며 춤추는 사람들, 향기로운 꽃들, 흙먼지 속에서도 빛나던 그들의 눈빛.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신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그 여정 이후, 나는 고기를 끊고 채식을 시작했다. 아직도 충돌과 갈등은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여행과 음악은 내게 언제나 기억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내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오래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