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성지순례의 종착지, 인도 리시케시 (3)

강가에서 듣는 비틀즈, 그리고 목욕

by 하리볼

아슈람에서 내려와 다시 강가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결국 강변이다. 그날도 해가 지고 있었고, 햇살은 물 위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 묵묵히 물을 바라보는 이들, 옷을 입은 채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

리시케시는 결국 강의 도시다. 아슈람의 벽화도, 명상의 기억도, 이 물길 앞에선 잠잠해진다.


비틀즈 카페에서 흘러나온 멜로디

어느 오후, ‘비틀즈 카페’라는 이름의 카페 겸 레스토랑에 들렀다. 타포반에 위치한 이 카페는 이름처럼 비틀즈 테마로 꾸며져 있다. 벽에는 비틀즈가 리시케시 아슈람에 와서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고, 작은 스피커에선 줄곧 비틀즈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Across The Universe'가 흘러나왔다. Words are flowing out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가 카페의 공기와 섞였다. 혼자 앉아 있던 나도 모르게 조용히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 도시의 고요함과 이 노래의 울림은 어딘가 겹쳐지는 감정선을 건드렸다. 마치 이 노래는 원래 리시케시를 위해 쓰인 것 같았다.

카페 내부에는 비틀즈와 마하리시가 함께한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목욕,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강가에서 목욕을 했다. 그건 단지 몸을 씻는 행위가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를 비우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처음엔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발을 담갔고, 무릎까지, 허리까지, 천천히 들어갔다. 숨을 들이쉬고, 물속으로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온몸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물은 오래된 감정들을 하나하나 씻어내듯 지나갔다. 눈을 감고 잠깐 머물렀다. 이게 순례라면, 이게 의식이라면, 나는 지금 그것을 통과하고 있었다.

물에서 나와 강가 계단에 앉았을 때, 몸은 가벼웠고 마음은 텅 빈 것 같았다. 그 빈자리에, 어쩌면 무언가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리시케시에서 비틀즈를 다시 만나다

20년 전에도 이곳에 왔었다. 그때도, 이번에도 비틀즈의 발자취를 따라 왔다.

두 번의 리시케시, 두 번의 나. 그리고 두 번 모두 강가에서 목욕을 했다. 무언가를 얻기보단, 무언가를 놓고 가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틀즈는 이곳에서 놀라운 곡들을 썼고, 나는 그들의 노래를 다시 들었고, 강가에서 또 한 번 몸을 담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시리즈를 마치며

순례라는 말이 있다. 여행과는 다르다. 목적지가 있고, 방향이 있고, 마음의 무게가 있다. 이번 리시케시행은 분명히 그랬다.

비틀즈의 음악을 따라 시작된 여정이지만, 결국엔 내 자신을 확인하는 길이었다.

아슈람의 벽 앞에 섰을 때, 강가에 몸을 담갔을 때, 나는 그들과도, 나 자신과도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지금도 리시케시 어딘가에는, 그들이 남기고 간 노랫말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