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아슈람, 침묵과 노래 사이
‘그들’이 묵었던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강가를 따라 걷다가 작은 표지판 하나를 지나면, 나무 그늘 아래 조용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햇살은 강했지만, 공기는 말끔했고, 머릿속도 이상하게 맑아졌다. 20년 전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의 기억이 아득하게 떠올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걷는 게 어울리는 길이었다.
삿상홀, 노래가 잠들어 있는 공간
아슈람의 중심 공간인 ‘삿상홀(Satsang Hall)’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노란색 벽화였다. 정중앙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그리고 그의 좌우에는 사이키델릭한 군복을 입은 비틀즈 멤버들이 서 있었다. 존, 폴, 조지, 링고. 이들이 명상을 위해 이곳에 머문 것이 1968년 2월이었다. 그리고 그 몇 달간, 무려 48곡의 신곡이 쓰였다. 그중 일부는 《화이트 앨범》에 실렸고, 나머지는 각자의 솔로 커리어로 흘러들어갔다.
벽화 아래,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누군가는 벽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비틀즈가 실제로 앉아 있었을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연결감을 느꼈다.
시간이 멈춘 숙소들
삿상홀을 나와 아슈람 안쪽으로 더 걸어가면, 작은 돔 형태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이곳은 당시 독신 수행자들의 숙소였다고 한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건물들엔 낙엽이 쌓여 있었고,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만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더 안쪽으로 가면 다소 위용 있는 4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단체 명상 수행자들이 묵었던 곳이었을까. 지금은 숲에 삼켜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창틀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고, 새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이따금 비틀즈가 이런 공간에서 함께 명상하고,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곳은 조용했다.
비틀즈 갤러리에서 마주친 얼굴들
아슈람 입구 근처에는 작은 갤러리 공간이 하나 있다. 그들이 리시케시에 머무는 동안 찍힌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조용히 걸려 있었다. 기타를 들고 환히 웃는 조지, 요기와 함께 앉아 있는 존, 명상하는 폴, 익살스러운 표정의 링고.
그 사진들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사진 속 비틀즈는 아직 세상에 치이지 않은 얼굴이었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사람 냄새가 났다. 그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왜 여기에 머물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Jai Guru Dev. 존 레논이 《Across the Universe》에서 남긴 그 인삿말이 이 공간을 걷는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건 하나의 주문이자, 리시케시에서 비틀즈가 얻은 내면의 울림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다음 편에서는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걷고, 강가에서 목욕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