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에 대하여

늑구에 대한 과학적 고찰

by 공상과학철학자
늑구 가족의 어린 시절이라고 한다.


늑구 녀석은 왜이렇게 인기가 많은걸까? 난 열심히 써봤자 좋아요 100개 받기도 힘든데… 그래서 오늘은 늑구 녀석의 정체를 파헤쳐보기로 한다.


옛날에 늑대가 사람을 잡아 먹었다는데도, 왠지 친숙한 늑구…


우리는 대체로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은 자세히 묘사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뭉뚱그려 말하게 된다. 동물을 말할 때도 그렇다.


우선, 학교에서 배웠던(?) 생물을 나누는 기준, 종.속.과.목.강.문.계(뒤로 갈 수록 큰 분류)를 떠올리고…


왱왱거리며 침을 쏘고 날아다니는 생물을 통상 ‘벌’이라고 지칭하지만, 벌은 꿀벌'과', 말벌'과' 등으로 벌써 '과'에서부터 갈라지기 시작해, 종으로 따지자면 15만종 이상이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다 비슷해 보이는 펭귄도, 6개의 '속'과 18개의 '종'.


서로 다른 두 종을 비교할 때 유용한데,

예를 들어 오징어와 나는 동물계로 '계'는 같지만, 오징어는 연체동물'문'이고, 나는 척삭동물'문'으로 분류된다. '문'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런데 거울을 보면 왠지 비슷한 것 같기도...)


늑구와 비슷한 개는 어떨까?

푸들, 진돗개, 허스키, 리트리버, 비숑, 말티즈, 불독… '종'의 개수가 한 30여종쯤 된다고 봐야 할까?


No. 그렇지 않다. 개는 오직 단 한 종 ‘Canis Lupus’.

모든 개의 종류를 통틀어 생물학에서는 단 하나의 종으로 취급할 뿐이다.


생물학에서는 유전자 차이가 거의 없고 교배가 가능하면 같은 종으로 취급한다.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사이에서는 새끼를 낳을 수 없지만, 푸들과 진돗개는 서로 교배가 가능하고 유전자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늑대는 어떨까? 개와 어느 계통까지는 같고 어디서부터 갈라지는 것일까? '과'는 같고 '속'부터 개'속'과 늑대'속'으로 나눠지는 걸까? 아니면 '속'은 같은데 '종'부터 늑대'종'과 개로 갈라지는 것일까?


늑대의 학명은 다음과 같다.

Canis Lupus.


어디서 많이 본 이름? 그렇다... 생물학에서는 늑대와 개를 종 구분하지 않는다. 같은 종으로 본다.


사실 애매하다. 늑대는 무섭게 생겼고, 덩치가 크고, 하울링 소리를 내며, 사람을 경계한다. 개와는 다르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그레이하운드와 토이푸들의 차이, 핏불테리어와 비숑프리제의 차이를 말할 때도 비슷한 설명을 할 수 있다. “많이 다르다고.”



가장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되는 사진은?


그레이하운드와 토이푸들간에 새끼를 가질 수 있듯이, 늑대도 언제든지 개와 교배해 새끼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북아메리카에서는 개와 늑대 사이 수많은 후손들이 태어났다.


물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가 개라고 부르는 개체 간의 유전적 차이는 최대 0.2%인 반면, 늑대와 개의 차이는 0.4%로 제법 있다고 한다.

(더 미세하게 구분하기 위해 늑대와 개를 아종으로 구분하기도. 어쩌면 현재 종 분화 과정을 겪고 있는 단계?)


특히 사람을 따르는 유전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약 15000년 전, 야생의 개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사람 마을까지 오게 됐고, 그중 귀엽게 생긴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자, 그중 일부 개는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고, 주인을 지키고, 주인에게 재롱을 피웠다.


우리가 생물학을 이야기할 때 떠올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1. 모두 조금씩 다르게 태어난다.

2. 다른 모습들 중 자연환경과 번식에 유리한 특질이 있다.

3. 유리한 특질은 살아남고 대를 잇는다.

4. 그렇게 태어난 자식은 부모를 또 닮으며 특질이 강해진다.


다시 바꿔서 이야기해보자.

1. 개들은 사냥능력, 충성심, 귀여운 정도, 친화력 등 모두 조금씩 다르게 태어난다.

2. 이중 살아남고 번식하기에 유리한 특질이 있다.

3. 귀엽고, 사람을 따르는 개들은 살아남고 대를 이었다.

4. 그런 특질이 계속 이어지고 강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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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냥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을 경계하는 개들도 살아남고 대를 이었다.

4-1. 그런 특질이 계속 이어지고 강해져 왔다.


4-1은 늑대…

그러나 어느 순간 지구는 사람의 독차지 무대가 되었다. 사람의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 동안, 사람을 경계하고 도망가며 때로는 공격하는 늑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현재 개의 지구 개체수는 약 10억 마리로 추정되는 동안, 늑대의 개체수는 유라시아, 아메리카 북쪽 일부 지역에서 20만 마리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사람에게 적응을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밀려, 반려견에 밀려, 동물원으로 쫓겨나 그곳에서 탈출한 늑구…

늑구가 인기가 많은 것은, 어쩌면 우리도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친 야생성을 깎아내고 '다정한 개'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길들이며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늑구는 어쩌면 시스템 일탈의 유혹을 느끼는 우리 일부의 자화상일지도…


늑구 = 조금 다른 one of 우리가 사랑하는 개

늑구야 그저 건강하게 잘 크거라♡



#늑구 #늑대 #반려견 #canislu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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