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지

현실 남매

by JULIE K

퇴근하고 나오는데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
근데 OOO 원래 이 시간까지 집에 안 들어오나요?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답장을 했다.


왜?


없어요 애가
안 들어옵니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동생이 걱정돼 연락을 한 것이었다.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자 답답했는지, 평소 톡을 길게 하지 않던 녀석은 다시 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그래서 얘 왜 안 오나요?


외할머니 댁에서 잘 놀고 있다는 답을 듣고서야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매일 투닥거리며 싸우기만 하던 들의 마음속에는 동생을 정하는 예쁜 마음이 숨어 있었다.



할머니댁에서 저녁까지 챙겨 먹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딸아이는 오빠에게 전화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오빠가 자신을 걱정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녀석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종알종알 수다의 장을 펼쳤다.


"엄마, 학교에서 내가 맏언니잖아. 이제 내가 당당해질 수 있어."


녀석의 뚱한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당당하지 못할 건 또 뭐야?"


"나를 어리다고 보는 사람들이 없을 거 아니야."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학교에서 최고 학년이 된 것에 무척 신이 난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어울려 놀던 무리에서도 딸아이는 막내였다. 자신보다 키도 크고 뭐든 자유로워 보이던 언니, 오빠들을 보며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어쩌다 어린 동생들을 보면 그렇게 챙기고 잘 놀아주었던 것일까.


막내라고 집에서도 어린 취급을 받던 꼬마에게는 나름의 당찬 포부가 있었다. 6학년은 막내인 딸아이가 꿈꾸어 왔던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녀석의 천하는 고작 1년뿐이지만, 지금은 그런 현실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 엄마! 그리고 이제 나 오빠가 내 방에 들어와도 이해하기로 했어. 오빠가 심심해서 나랑 놀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려고."


그간 서로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 왔던지.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들어가는 것이 정말 신기했는데, 이제는 오빠를 이해하겠다고 한다.


6학년의 효과인 까.


"오빠가 내 방에 들어올 때 잘 보잖아? 웃으면서 들어온다? 이건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자기 전에도 맨날 들어왔잖아. 이젠 왜 안 오나 기다린다니까?"


녀석의 말에 빵 터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까도 내가 집에 없으니까 걱정했잖아."

"아... 결론은 나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오빠가 나보고 간식 내놔라 하면, 아... 같이 먹자는 거구나 하고 이해하기로 했어. 근데 선은 좀 지켰으면 좋겠어."


그래. 제발 서로 이해하고 선을 지키며 사이좋게 놀기를... 꼬마의 끝없는 수다에 정신이 아찔한 채 집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복 바이러스가 넘치는 딸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빠부터 찾았다.


"나를 걱정해 줬어?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외치며 오빠에게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애정표현에 놀란 오빠는 당황한 얼굴로 도망가기 바빴다.


도망가는 오빠를 쫓다 포기한 딸은 내게 와서 살며시 말했다.


"나를 은밀하게 걱정해줘야 하는데 들켰으니까 민망해서 저러는 거잖아."


녀석의 기발한 해석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나가! 나가라고!"


아침부터 방에 들어온 오빠에게 딸은 오늘도 어김없이 소리쳤다.


어휴, 그럼 그렇지.

너희들의 평화협정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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