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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Aug 24. 2023

저 너머

  


  몽골에 갔을 때 새벽 언덕을 올랐다.

 

  

  오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저 너머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이기도.

  힘을 좀 빼고 싶을 때 적절한 곳이다.    


  누군가 이 꽃을 에델바이스라고 했다.

  고산지대에서 만난 하얀 솜털의 벨벳 같은 꽃.

  

  그즈음 내가 몰두하던 생각은 남이 생각하는 나(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생각하는 나, 두 개의 나에 대해서다.


  내가 통제력을 잃었던 순간들은 그 두 개를 철저히 분리하지 못하고 외부의 시선과 평판에 보여지는 내가 일종의 모욕을 당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내 안의 나,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내가 그 상처를 오롯이 받을 때이다.


  모욕의 순간을 꽤 자주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문득문득 나를 그저 전시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나는 왜 여태 노련하지 못할까, 생각했다.


  그때 에델바이스를 봤다.

  가장 높은 곳, 첫 바람을 맞는 곳에서 피어나는 하늘과 가까운 꽃, 구름과 가까운 꽃, 그곳에 오르는 당신만이 볼 수 있는 꽃.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작고 온순하다.



  현실의 감각이 사라진 그것들은 뜻밖의 작은 일이다.

  어떤 길에서 마주친 꽃과 풀과 같은 것.

  그저 실컷 구경하자는 마음.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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