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태도가 사실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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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0분.
"선생님, 어제 모둠 활동 중 순신이가 저희 아이를 때렸다고 합니다. 알고 계셨을까요?"
보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쿵 하지 않는가.
왜 아침부터 이런 하이톡을 마주해야 할까. 밀려있는 업무 메신저, 아이들의 안전 지도, 수업 준비가 몰아치는 와중에 이 톡을 봐버렸다. 반발심이 올라온다.
순신이와 중근이는 자주 다툰다. 둘다 예민하고 충동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두 가정에 지도를 해주십사 전화를 드릴까 하다가 참은 것이 여러 번,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며 최선을 다해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중근이 어머니가 날이 선 채 나를 공격하는 듯한 하이톡을 보냈다.
참았던 것이 올라온다. 좋은 말이 나가지 않을 것 같다.
심란하고 바빠 죽겠지만, 잠깐 숨을 돌리고 진심으로 그 학부모가 되어보자.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애써라"
잘 활용하면, 이 기회에 중근이 어머님을 내 편으로 만들어 1년 편히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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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과 맞바꿀 만큼 소중한 아이 안중근, 그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보냈다. 엉엉 울며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며 바짓가랑이를 잡던 어린이집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아린다.
그리고 3학년이 된, 아직도 자그마한 우리 아이를, 순신이란 아이가 때렸단다.
처음이니까. 내 아이 말만 들으면 안되지, 아이들이 놀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속을 달래본다. 당장 쫓아가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2주 뒤, 또 때렸단다. 뭐지? 이러다 크게 다치는거 아닌가? 그 친구는 어떤 아이지? 사과와 반성은 했을까? 선생님은 아실까? 수 많은 생각이 스친다. 요즘 진상학부모 뉴스도 많이 나오는데, 상처가 난 것은 아니니 참아봐야겠다. 선생님 연락이 먼저 없는 걸 보면 심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아이도 뭔가 원인 제공을 했을 수도 있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연락 드려봐야겠다. 이 생각을 하는 동안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가 날 원망하지는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어서 업무에 집중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다쳤는지, 그 아이는 어떤 아인지 촉각이 곤두선 나날을 보내다
드디어!!!! 그 친구가 또 때렸단다. 모둠활동을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좀 하라고 했더니 머리를 때렸단다. 심각하다.
이제는 참을 수 없다. 선생님께 상황을 여쭤봐야겠다.
"선생님, 어제 모둠 활동 중 순신이가 저희 아이를 때렸다고 합니다. 알고 계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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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중근이 어머님을 내 편으로 만들어 보자.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이들과 사실 확인 먼저 해 보고 방과후에 전화드리겠습니다."
사실확인은 탐정처럼, 일의 순서대로 팩트만 정리한다. 두 친구의 인정은 당연, 말이 엇갈리면 엇갈렸다고 쓴다.
그리고 정말 불편한 전화를 드린다. 아마 날이 서 계실 것이다. 선생님도 학부모도 잔뜩 날이 서,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나 보자 하는 전투태세이다.
이 때 한 마디 허를 찔러보자. 아니, 기선제압을 당해주자.
약간의 호들갑은 대사를 편하게 치도록(?) 해준다.
"안녕하세요 중근이 어머님~~ 오늘 사실 확인 다 했구요, 이렇게 연락하시기 전에 미리 알려드렸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려요~~~많이 걱정하셨을것 같아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로 죄송하다고 하는 선생님도 잘 없고, 직장동료도 잘 없다. 사실, 따져보면 선생님이 죄송할 것도 없다. 아이들이 몇 명 인데.. 그렇게 중근이 어머님의 전투태세는 경보를 한 단계 내린다.
사람은 사실보다 '첫 태도'에 먼저 반응한다.
내가 하이톡을 읽고 그랬듯 말이다.
그 다음은 본 대로 들은 대로 전달하면 된다. 기본 스탠스는.. 아이들 얘기만 전해 듣고 걱정되셨을것 같아요~~
지치지만.. 이 한 번으로 1년 편히 갈 수 있다면....
중근이 어머님.. 소문 좀 잘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