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레퍼토리2: 부도덕 장려하기

싫은 감정을 인정해 주면 알아서 해결된다.

by 그냥살기

"그 친구랑 연히 안 놀아도 돼"


...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관계다.

어떤 친구와 친했는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가 성적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못해서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은 없지만, 친구랑 사이가 틀어졌을 때의 충격으로 결석하는 경우는 꽤나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도통 서툰 아이들이 있다.

관찰해보면 이유가 하나씩은 있다. 이기적이거나, 집착하거나, 눈치가 없거나,,


문제는 모종의 이유로 잘 지내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경우, 또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좌절될 경우이다.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교사의 조치가 필요해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하나,

다시 그 친구들과 화해하는 것. 원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

이걸 신도 아닌 교사가 어찌 해결한단 말인가!

상담 시나리오를 짜느라 퇴근하고서도 머리가 아프다.


...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목표(?) 친구들의 부도덕을 장려해 주는 것이다.

숨통을 틔어주는 것이다.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1명과 다수의 아이들. 이 경우 아름다운 결말은, 아이 1명이 사과를 하고 다수의 아이들이 받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비호감인 이유가 있는 아이를, 외부의 개입을 통해 진심으로 이어 붙일 수 있을까?


이때 던져보자.


"그 친구랑 놀아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야. 분명 싫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누구도 억지로 함께 놀라고 할 수는 없어."


예상되는 선생님의 도덕적인 지도가 아닌 반대의 것이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틈이 생긴다. 표정부터 반응이 온다.


이때 한 단계 더 파고들어 가 보자.


"너희들이 재밌고 성격도 좋고 멋져 보여서 관순이가 참 많이 좋아하나 봐. 아주 인기가 많아~~그래서 잘못한 점이 있으면 사과하고/고치고 같이 놀고 싶나 봐. 그런데 싫은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억지로 놀라고 하겠니?"

칭찬과 공감으로 마음을 열어준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나만 물어보자, 관순이 별로야? 그럴 수 있으니 솔직하게 얘기해도 괜찮아"

수학여행 비밀얘기st 로 도파민을 자극해 보자.


경험에 따르면, 이 지점에서 아이들이 줄줄 털어놓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열심히 경청해준다.


"그렇구나, 싫었겠네. 이해가 된다. 관순이 좋은 점은 없어? 싫기만 해?"

신기하게도 다들 좋은 점을 하나는 말해주더라.

"그래. 그래도 여긴 학교니까, 사과할 기회/고칠 기회를 한 번만 주겠니? 꼭 받아줘야 되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이 느낀 문제점을 관순이에게도 알려줄게. 정말 고마워할 거야."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가장 중요한 멘트를 던진다.


"대신에, 쉬는시간에는 안 놀더라도 수업시간에는 싫은 티 내지 말아 줘. 그건 자유가 아니라 괴롭힘의 문제거든."


사실 선생님은... 이거면 된단다..!


이후에 관순이와 개별미팅을 하고, 다시 다 같이 자리를 만든 이후에 80은 성공, 20은 실패하더라.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까지 간 적은 없다. 그리고 교사는 양측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해피엔딩.


누구와 어울리는지는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억지로 어울리라는 것은 고문이다.

특히 고학년은, 겉으로는 어울리는 척할지 몰라도 뒷담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선생님과의 관계도 깨진다.


아이들의 부도덕한 선택을 먼저 존중해 줄 때, 그제서야 도덕적인 가능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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