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성은 부모님이 이미 더 잘 알고 있다.
...
사실 심각하다.
영실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자주 불려 오는 아이다.
우리 장영실이는 화가 나면 한 대 치고 보는 것 같다. 충동성이 강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가나 보다.
아예 갑자기 때리는 경우는 없지만 원인제공을 했다고 해도 때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이미 달라졌다.
이대로 두면 고립될 것이다. 그리고 학폭이 터지겠지.
막아보자.
"안녕하세요. 영실이 어머님! 우리 영실이가 3학년 생활에 적응을 참 잘하고 있어요~"
거짓말은 아니다.
그다음 영실이의 장점을 치열하게 찾아보자. 주관적인 부분에서 찾기 쉽다.
"수업시간에 즐겁게 잘 참여하고 맡은 역할도 안 까먹고 잘 해내더라구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어울리는데 아직은 서툰 부분이 있어서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최대한 안타깝다는 톤으로, 하이톡일 땐 '...'을 활용해 보자.
그리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드린다.
날짜, 사건의 처음부터 순서대로.
그다음 회심의 레퍼토리를 던진다.
"아휴 사실 엄청 심각한 수준은 아니에요."
여기서 엄청 심각은 '금쪽이'에 출연할 정도를 말한다.
그 정도 아니긴 하다..!
'엄청 심각'과 같은 주관적 용어는 최대한 아이 편을 들어주자. 학부모에게 교사가 아이 편임을 각인시키는 아주 좋은 과정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영실이 부모님은 이미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전화가 처음일 리 없다. 교사의 감을 믿자.
이때, 심각하지 않다는 교사의 한 마디는 강하다.
늘 문제행동 전화를 받던 아이를 좋게 봐주는 귀한 교사,
같은 편이라는 신뢰감을 선사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실까 봐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이게 자주 일어났기는 합니다. 그래서 영실이가 나중에 교우관계에서 스트레스받을까 봐 걱정되더라구요. 알려드리면 영실이의 성장에 도움 될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쯤 되면,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걱정이라는 감정을 공유한 원팀이 결성된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정에서 잘 지도하겠습니다."
"사실 예전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무장 해제하고 비로소 '정보'를 제공해주시기도 한다. 전문 상담을 권유하는 등 진짜 심각한 얘기는 다음번에 해도 안 늦다.
...
학부모 상담에서 교사의 주관은 금기시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주관은 적극 활용해 보자.
사람은 사실보다 '어떤 편에 서 있는지'를 먼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