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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수 Aug 12. 2024

반환점을 돌아서

(1976년 3월 21일)


따뜻한 방에서 편안하고 깊은 밤을 보내다. 

"제법 굵은 한 자 길이의 밧줄이 보였다. 줄 끝에 노란색 벼이삭 한 아름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이삭을 털면 5kg은 족히 될 만큼 탐스런 모양이다. 쭉정이는 하나도 보이자 않았다. 어깨에 메어다가 마을 공동 우물 곁에 갖다 놓았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묶여있는 벼이삭을 물로 씻으니 더욱 빛이 난다. 낫으로 베어 이삭을 따로 놓았다. 약간 더러워진 밧줄을 물로 씻으니 황금빛 같이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황홀한 감정을 안고 잠에서 깨어나디.  무슨 의미일까?


공동체 모임 후에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에 들어와 벽에 등을 기대고 두 다리를 길게 펴고 앉았다. 밤을 위해 할 수 있으면 눕지를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을 두드린다. 열린 문으로 세 분의 얼굴이 보인다. 정년으로 은퇴하며 부족한 사람을 섬기시던 교회의 후임자로 이끌어 주신 원로 목사님이 <영복> 어른과 

<복순> 자매와 함께 힘겨운 발걸음으로 산에까지 오셨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이 군, 얼마나 힘이 들어. 지금까지 잘해 왔습니다."

자리에 앉으신 목사님이 격려의 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다음과 같이 경험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은퇴하고 5년이 지난 7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요란한 구급차 소리를 따라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의식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겼다. 크게 다친 외상은 없는데도 원인 모를 출혈이 심한 편이었다. 의사는 연세에 비해 약한 체력의 문제로 인해 깨어나지 않으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견을 어렵게 가족들에게 전했다. 그러다가 사흘이 지나 기적적으로 의식이 회복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욱 두렵게 한 일은 '지옥을 본 이야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험이기에 소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면도 있으나 본인이 강력한 의견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기에 독자들은 참고사항으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무의식 상태에서 겪은 사실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지옥에 이르렀는데 연탄불 위에서 맨발로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는 것이다. 그냥 연탄불이 아니다. 연탄 불은 한 장의 밑불이 있고 그 위에 또 한 장이 있어 아래 연탄이 다 타게 되면 위쪽으로 불이 옮겨 붙어 계속 타오른다. 타는 게 절정에 이르면 파란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 위에 숯울 올려놓아 연탄불과 숯불이 어우러져 빨갛게 피어오르는 그 위에 맨발로 서 있는 벌을 받는 고통스러운 곳이 지옥이라고 안내하던 이의 설명이었으며 깨어나면 사람들에게 그런 지옥에는 가지 말라고 알리라는 권고를 듣고 정신이 돌아왔다고 했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꼭 전하여 '지옥에 가지 않도록 전하라'는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연탄불'을 가슴에 품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늦어질까 봐 이야기를 끝내다. 세 분에게 내가 처음 거처하던 방을 시작으로 공동체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를 안내했다. 명상하는 바위 굴 속을 돌아보고 그 밑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맑은 약수를 받아 나눠 마시면서 목을 적시게 하다. 

"이 군이 신선한 물만 마시며 목표의 절반을 넘어  오늘 21일 반환점을 돌아서게 됐으니 끝까지 달려가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의 격려를 들으며 힘을 얻는다. 


서쪽으로 멀어지는 해를 등지고 앞서가는 긴 그림자 따라 산 아래로 천천히 걸어가는 세 분의 얼굴을 두뇌의 다락방에 새기고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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