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이야기 182

이 정도면 선방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빛의 스펙트럼 분석이 오늘 주제이다.

실험 준비를 다했다고 전달해들었으나 그럴리는 없고

다행히 백열등은 내가 찾아두었고

방전관 잡는 장갑은 찾아달라했고

제대로 작동되는 도구는 2개 남짓이다.

총 6개 실험조인데 말이다.

게다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전원콘센트는

두 조 실험테이블에는 내려오지도 않는다.

총체적 부실이다.


어쩌겠나.

내 학교라면 이리저리 예산 끌어다 구입하고

안되면 주변 지인학교에서 빌려래도 왔을텐데

엎질러진 물이다.

그나마 수행평가가 아닌게 천만다행이다.

이러니 점점 실험을 하지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만

나는 꿋꿋하게 이 내용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한정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실헝을 한다.

늘상 그랬듯이.


그래도 와우 와우 하면서 백열등의 연속 스펙트럼과

각 원소들의 방출 스펙트럼을 보고

휴대폰 사진도 찍고

공유문서 패들릿에 올리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몇몇 학생이 태양관측안경으로

태양도 탄성과 함께 보았고

수능 통합과학 예상 문항도 풀었으니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한거다.

이 정도면 없는 살림에 선방한거다.

그리고 구로역으로 가는 퇴근길에

비행기가 태양속으로 돌진하는것 처럼 보이는

오늘의 대문 사진인 멋진 사진을 순간 포착해서 찍었다.

학교 주변이 공항 근처에서 멀지 않아서

그리고 횡단보도 신호등 시간이 딱 맞아서

가능했던 사진이다.

이 사진이 오늘 애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련다.


( 이 사진속 비행기가 무슨 고등어 같아요~~ 해가 비치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청새치 라고 표현해준 창의성 높은 후배가 있다. 역시 영재교육하는 사람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