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세번인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조치원으로 이동하고 서울에서 일이 있을 경우는

가급적 몰아서 수~목 1박 2일로 처리하고

비어있는 동생집에서 자는 것으로 하고 있다.

우리끼리의 신 개념 쉐어하우스 의미 쯤 된다.

이번 주가 세번째쯤 되나 싶은데

아직은 낯설고 통잠이 쉽지는 않다.

삼 세번이 되었어도 잠자기와 숙면은 약간은

열외인 부분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설이가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오늘 할 실험이 처음 해보는거라 그럴지도 모른다.

작년 여름 방과후 특강에서 하는걸 보긴 했었다만

남이 하는걸 보는거랑

내가 지도하는거랑은 180도 다르다.

설잠을 자는 중에도 실험 지도를 했다만

종류가 다른 실험이라 별 도움은 안될듯 하다.


오늘 고등학교도 세번째 수업인데

아직은 기대감보다는 긴장감이 더 하다.

보통 무슨 일이든 삼 세번을 하게 되면

조금은 익숙하고 안도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업도 같은 내용으로 하는 세번째 클래스가

뺄것 빼고 보탤거 넣고 제일 강의 완성도는 높다.

내 체험 데이터에 근거하면 그렇다.

딱 한번만 하는 강의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삼 세번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잘 안되는 일은 내 몫이 아닌가보다 하라셨다.

친정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나를 일찍 시집 보내고 싶어하셨는데

(줄줄이 여동생만 있는 K 장녀이다.)

선을 보고 만남이 이어지지 않아서 속이 상하셔서

하신 말씀일지도 몰랐다.

눈 딱 감고 세번만 만나보라셨다.

그 말을 잘 들은 나는

부모님이 원하신대로 중매 결혼에 성공은 했다만

알고보니 뭐 그닥 그렇고 그래서

엄마는 결혼식전에 크게 아파서 드러누우셨고

결혼식을 엎고 싶어 하셨는데

아버지가 약속은 지켜야한다면서 밀어붙이셨다는 이야기를 한참 뒤 비공식 루트로 전해들었었다.

삼 세번 안 참았으면 나의 일생은 달라졌을까?

사랑하는 아들 녀석이 있는 것만으로도

참아볼만은 했었다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삼 세번 참아보는게 미덕인 것만은 아닌 시대이다.

요새 MZ세대들은 참지 않으며 결단력 최고 갑이다.

삼 세번인데 아직 동생집 잠자리가 익숙치 않고

삼 세번째 수업인데 아직 그 학교가는게

아주 기쁘지만은 않은게 현실이기도 하니

그 MZ세대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겠다만

동생 집이 없었다면 내가 더 피곤할것이고

(지난 주 쉽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수업이 없었다면

내가 하고픈 것, 먹고픈 것, 보고픈 것을 못할 수도 있었으니(늙을수록 돈이 더 중요해진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나 좋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게 인생이다.


(어제 본 전시회의 시그널 전시물은 붉은 드레스였다만

나는 물고기와 고래가 더 눈에 들어왔다.

흰 수염고래 노래가 친숙해서 일지도

고래고기를 좋아라하셨던 아버지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전시물 아래 햇빛과 조명이 함께 만든 그림자가 더 오랫동안 내 마음에 머물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보다

그 뒤의 바쁜 스텝과 그림자같은 역할이 못지않게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평생 그렇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