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짝사랑 전공이다.(6)

현재 진행중인 것들.

by 태생적 오지라퍼

짝사랑이 전공이라고 당당히 밝히기는 했다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라 한 적은 없다.

물론 음악도 좋아하고 운동은 더더욱 좋아라 하는데도

그들은 나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딱 선을 그었었고

(물론 그들이 버는 돈의 수준이 나와는 전혀 다른 수준이다만)

그래서 그들의 음악이나 운동 역량에 박수쳐주는 정도 딱 그 정도만의 애정을 표현하곤 했다.

연예인은 가수 한정이었다.

다른 부분들은 내가 자주 보지 않고 즐기지 않아서

뭐라 평하기도 좋아라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음악은 나름 자신있는 영역이라 전문성을 가지고

더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을 선정한다.

가수들 중에서 콘서트 표를 직접 구입해서 다녀온 사람은 딱 세 명이었다.

변진섭, 이은미 그리고 이문세이다.

변진섭의 달콤하고 세상 성의없는 듯하게 힘을 빼고 부르는 목소리와 창법이 좋았었고

(특히 가사가 한창 짝사랑 중이었던 그 당시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은미는 변진섭과는 완전히 반대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호소력이 특이했다.

(물론 나중에는 조금 질렸다만. 너무 오버하는 듯하여서 말이다. 장점이 단점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리고 나의 가장 마지막 콘서트는 이문세였다.

(그 콘서트를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날 바람을 맞고 결국 혼자보았다.

역시 또 짝사랑이었나보다.

그렇게 슬픈 붉은 노을은 처음이었다.)


운동선수들은 당대 종목별로 잘하는 사람들에게

엄청 박수를 보내주는 정도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서사도 있고

어렵게 메달을 딴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응원하는 기간이 얼마동안을 진행되곤 했었다만

(펜싱 오상욱 선수를 제일 오랫동안 응원했던 듯 하다. 운동 역량도 뛰어나지만 멋지게 생겼다.

점점 나이들수록 외모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제 늙어서 더 이상 그렇게 열심히

시합 구경에 몰입하고 빠지지도 않고

따라서 응원의 강도도 엄청 줄었으며

얼마남지 않은 축구 월드컵에는 사실 기대감도 없다.

2002년의 월드컵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그만큼 늙은 것이다만.

야구를 좋아라하지만 지난 WBC 마지막 도미니카와의 경기는 잘 볼 수가 없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안스럽기까지 해서 말이다.


이런 내가 내일 <불꽃야구> 팀 경기를 관람하러 무려 부산행에 나선다.

가는 김에 이것 저것 내 개인적인 일도 물론 볼 거지만 메인은 야구 직관이다.

드레스 코드가 분홍이라 했더니 오늘 동생이

고맙게도 분홍색 반팔 티셔츠도 사주었다.

가지고 있던 단 하나뿐인 분홍색 셔츠에 받쳐있음 되겠다.

종종 언급했지만 내 일생에 이렇게 콘텐츠물에 깊게 빠져보는 것은

옛날 고리고리짝 최진실이 나오던 드라마 이후로 처음이다.

물론 내일은 프로야구 2군팀과의 경기이니

승패에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만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마음을 비웠다.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우리 낡은이들이 다치면 안된다.)

<불꽃야구>를 짝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그 넓은 사직 구장의 한자리를 비우지 않고

내가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예전같이 불꽃같은 매진 행렬이 아닌 것이 마음 아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까지는 선수도 스탭들도 힘을 내주었으면 싶고

아마도 야구 할아버지 감독님도 올해까지가 마지막인 듯 싶어서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 쉬셔야 한다.

지금도 그 분이시니까 가능한 거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부산 1박 2일 여행이다.

방금 전 내일 부산 가는김에 들여다보고 올

할아버지 산소 위치와 가는 방법도 확인했고

사직구장 근처 호텔 숙박 예약도 확인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짝사랑은 하나뿐인 아들과

고양이 설이 그리고 <불꽃야구>이다.

아마도 현재 짝사랑이 내 일생 마지막 짝사랑일 것임에 틀림없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내일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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