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 직업이 될 수 있나요?

돈만 벌 수 있음 되는데

by 태생적 오지라퍼

쉬는 날 빠짐없이 하는 것은 산책뿐이다.

오전에도 하고 할 일이 없으면 오후에도 하고

하루 만보걷기 앱을 구동하고

포인트는 모아두었으나 그것으로 뭘 사본적은 없다.

그냥 마냥 걷는 것만은 아니고

주로 자연 관찰을 하고 사진을 찍어둔다.

강의 자료와 브런치 대문 사진용이다.

오늘 찍은 사진 중 가장 특이한 것은

오랫만에 본 거미줄과 소나무이다.

브런치 사진을 잘보면 거미줄이 보인다.

거의 시력 테스트용이다.


소나무 사진은 진짜 오랫만이다.

작년 남산에서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를 보고

사진을 찍은게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 한데

오늘 불쑥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고

국민학교 시절 학교 근처 산에 가서

(꽤 멀리까지 갔었다.)

소나무에 잔뜩 기어다니는 송충이를 잡으러 다녔었다.

나무를 고사시킨다고 했던것 같다.

1인당 10마리를 잡는게 배당이 되었고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꿈틀거리는 송충이를 잡아

비닐에 넣는 일은 꽤 정교한 손의 능력이 필요했다.

손에 힘이 빠지는 순간

여지없이 송충이는 몸을 비틀고 땅에 떨어졌고

우리는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폈었다.

마음에 드는 여학생 몫을 대신 잡아주는

용감한 흑기사들이 당시에도 있었으나

씩씩한 나에게 그런 호의를 베푸는 친구는 없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그때는 있었다.

송충이보다 더 한 쥐잡기 운동 결과로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제출하기도 했었다.

우리 엄마의 쥐잡기 신공이 빛을 발할 때였다.


공휴일 저수지는 재활 운동중인 어르신과

아기와 강아지를 동시에 유모차에 싣고

혼자 나온 젊은 아기 엄마 그리고 나 뿐이었다.

바람이 꽤 불고

그래서 흔들리는 물결을 보면서 잠시 어지러웠던

일상의 산책을 끝내고

골프 연습도 30분 했으니 이제 오늘

공식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없다.

아침부터 매운것이 땡겨서

오징어 볶음을 만들어 먹었고

점심은 면이 상할까 싶어

호박, 당근, 양파 볶아서 칼국수 끓여 먹었으니

오늘 몫의 요리도 다한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는거.

그것도 나는 그리 쉽지는 않다.

산책이 직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적은 돈이라도 벌면 더 즐거울텐데

그렇다면 내 노후 수당이 든든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