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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09.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91

과학 이론과 생활의 지혜는 일맥상통한다.

지난주는 월, 화 중간고사였고

수요일은 자율 활동으로 남산 생태투어와 과학체험관 견학이었으니

정상적인 수업은 목, 금요일 2학년에서만 이루어졌다.

목요일, 학생들은 매 수업시간마다 마치 짠듯이 물어보았다.

"수업하나요? 물론이다. 수업 시간에는 수업을 하는 거란다. "

실망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고사가 끝난 뒤의 허무함과 피로감을 잘 알고 있는 나는

평소 수업량의 1/2 정도만 나가면서 워밍업 시간을 준다.


이번 단원은 아주 어려운 학습 내용이 있지는 않다.

열의 전달방법(전도, 대류, 복사)과 열평형 그리고 비열과 열팽창을

실제적인 생활의 예와 접목하여 이해하면 된다.

드는 예를 잘 고르면 한방에 개념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

열의 전달 방법은 지난 주에 작은 초콜릿을 열이라고 생각하고

이동시키는 방법들마다의 차이점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비열은 로맨틱하게 좋아하는 감정에 비유하여 설명해보았다.

새로 만나는 전학 온 친구 A 가 있다.

보자마자 A 가 좋아진 B, 좋아하는데 일주일 걸린 친구 C, 한 달 정도 소요되는 D 가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게 되는 이유는 오백만가지가 있고 좋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물질마다 온도 1℃를 높이는데 필요한 열량값이 다른 것처럼(이것이 비열이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다 다른 것이다.

인간계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영원히 사이가 좋아지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그리고 가슴아픈 짝사랑이란게 존재하지만

물질계에서는 영원히 열을 전달해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물질은 없다. 그것이 차이점이다.


열팽창은 열을 받으면 입자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각 입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살다가 열받는 일이 생기면 에너지가 솟구쳐서 운동이 활발해지고 얼굴과 근육이 터질 듯 하게 팽창하는게 정상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똑같은 열받는 일이라고 해도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팽창의 정도는 달라진다는 것도 꼭 집어주었다.

그리고 살면서 절대로 힘을 사용해서 열받은 일을 해결하려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열평형이라는 말은 유유상종이라는 용어로 설명해주었다.

처음에는 온도가 높고 온도가 낮은 물질이 있지만 두 물질이 접촉하게 되면

온도가 높은쪽에서 낮은쪽으로 열의 이동이 일어나서 마침내 온도가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열평형 상태라고 한다.

어느 집단에 들어가든지 특정한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서툴고 잘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잘하는 사람이 잘못하는 사람에게 아는 것을 잘 알려준다면(반대의 과정은 일어날 수가 없다.)

잘못하는 사람도 어느 정도까지 수준이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의 평형이 이루어진다고 예를 들어주었다.

따라서 조금은 버겁지만 자신보다 높은 수준에 도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었다.

고등학교를 선택할때 참고하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래야 평형이 자기보다 높은 역량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법.

매번 자기보다 역량이 낮은 사람들하고만 교류하게 되면 자신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과학의 원리는 생활의 지혜와 일맥상통한다.


학생들은 과학 원리인지 생활의 지혜인지  헷갈릴수도 있는 나의 철학적이고도 논리적인 설명을 듣고 나서

열평형, 비열, 열팽창의 원리가 반영된 생활 속 사례를 찾는 정보탐색의 시간을 가졌다.(학생들에게는 디벗이라는 분신과도 같은 태블릿이 있다.)

그 후에는

<뚝배기 속의 순두부는 끓는데는 오래 걸리지만 밥을 다먹을때까지 왜 보글보글 끓는 것일까?

갈비탕 국물 속에 담가둔 은수저는 왜 그리도 뜨거운 것일까?

똑같은 그릇을 설거지 한 후 딱맞게 겹쳐져서 안떨어질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학교 창호공사는 왜 여름철에 한 것일까?

갑자기 기온이 변할때 기차의 탈선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왜 일까?>

등등 오늘 수업과 관련된 질문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내용을 잘 알수록 질문을 잘 만들 수 있는 법.

좋은 질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는 뜻이다.

중학교에서의 과학은 삶에서의 교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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