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클라스는 영원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무슨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오래하고 열심히 한 사람을 나는 전문가라 부른다.

그것이 지식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것은 상관없다.

전문가가 되려면 일단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해야 한다.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오래만 했다고 다 전문가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모르는 많은 노하우를 스스로 찾아내고 익혀야만 비로소 전문가급이 되는 것이다.

오늘 정년퇴직기념 나에게 준 선물인 청소업체에서 나오신 두 분은 전문가가 틀림없다.


일단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주셨다.

아침 8시에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위해 더 일찍 오셔서 준비했으므로 정각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오후 내 일정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 조금은 걱정했었다.

정시에 시작하는게 무슨 전문가인지 아닌지 판단의 근거가 되냐고 물어본다면

내 시간의 소중함을 인정해주는 것에서 전문가가 시작된다고 답하고 싶다.

본인의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상대방의 시간도 매우 소중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약속 시간에 늦을 수는 없다.

가끔 정말 일평생 한번쯤 피치 못할 경우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단 한번이면 족하다.


고양이 설이가 있는 우리집의 특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고양이가 무서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청소를 진행해주신다.

고양이 묵은 털 제거가 오늘 미션의 80%를 차지하는데 그래도 설이를 이뻐라 해주셨다.

해도 해도 남아있을지 모를 고양이털이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하신다.

물론이다. 이 세상에 100% 완벽한 일처리란 있을 수 없다.

우리집 고양이 설이는 무지 무지 이쁘지만 털 때문에 힘들다는 나의 하소연에 공감해주는 것을 보니

전문가들임에 틀림없다.


한 공간별로 엄청 꼼꼼하게 청소를 진행한다.

나는 생각도 못한 벽도 대형 마른 걸레로 털어내고 창틀과 창도 닦아주고

나의 최대 청소 희망 구역인 화장실과 주방 묵은때 정리쯤은 기본이다.

물론 성능 좋은 전문 기구도 한 몫 하겠지만

사람 눈과 손이 닿지 않는 청소란 있을 수 없다.

해도 해도 별로 표가 나지 않는게 청소이다.

그래서 시작 전 걱정을 좀 하셨었다.

별로 티가 안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집이 어정쩡하게 깨끗하다는 뜻일거다.

걱정마시라고 했다.

나도 매일 과학실 청소를 했으나 티가 나기는커녕

더러워진 부분만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청소도 과학의 한 분야임이 분명하다.


걱정했던 고양이 설이는 오늘의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내 침대 아래쪽에 숨어서 꼼짝하지 않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평소 냉장고나 청소기 AS 기사님이 오시면 그 주위에서 뱅뱅돌고

참견하고 했었는데 오늘은 그 정도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이다.

마음을 달랠겸 츄르 하나를 주고

특식 열빙어 하나도 추가로 주었다.

입주 청소보다 더 어렵다는 거주 청소가 이제 반쯤은 진행된 것 같다.

나는 점심을 드시고 온 전문가님들께 딸기와 토마토를 대접한 것으로 역할을 다한 듯 하고

그 분들 정리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이곳 저곳을 정리하고 식기를 닦아두었다.

이제 새집으로 탄생하기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정년퇴직 선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기쁘다.


(오늘 고른 사진의 저 높은 나무위에 앉은 새 한마리가

주위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이

오늘 고양이 설이가 바깥의 동태를 수시로 살피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아마 설이는 지금 휴전선 앞에서 보초서고 있는 장병과 비슷한 마음인듯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만난 영재 이야기 열세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