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뚜벅뚜벅 오라이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는 종종 쓰지만
어제의 수학여행 관련 이야기처럼 수업 내용과 직결이 아니라면 이 카테고리에 쓰지 않으려 한다.
수업 이야기라고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 이야기라고 제목이 붙어 있으면
수업에 관심이 전혀 없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제목이 투명한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제한점이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오늘은 수업 이야기를 써본다.
올해의 첫 수업 컨설팅이 오후에 있다.
불러준 후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학교마다 혹은 학교간에 교사들의 교수학습공동체(교학공)가 많이 있다.
학교 내에서는 약간은 타율적으로 모임 시간을 갖는다만(학교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학교간 교학공은 자발적인 선택이고 아주 조금의 활동 지원금을 받는다.
그래도 이런 활동을 통해서 각각의 수업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아나가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네트워크도 생성되니
나는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이런 교학공이 활발해진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만.
오늘 나에게 수업 수다를 요청한 팀의 연구 주제는 <AI를 활용한 수업과 평가체계 탐색> 이란다.
멋지다. 시대에 앞서나가는 이런 연구를 좋아한다.
물론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순간도 있겠다만.
오늘 컨설팅이 흥미로운 것은 고등학교 선생님들 대상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일반 고교에서의 수업은 내용 지식 위주의 전달과 빼곡한 수능 대비 예상 문항 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모임은 힘든 고등학교에서도 재밌고 의미있는 수업을 준비한다는 것부터 멋지다.
중학교에서 다양한 수업 방법을 시도하고 경험해서 고등학교로 올려보내는데
고등학교에 가면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대부분이라 멘붕이 온다는 학생들의 호소를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3월이 너무 힘들다고. 계속 앉아만 있다고.
왜 고등학교 과학시간에는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중학교때가 그립다고.
그런 학생들의 호소를 조금은 감안한 수업 디자인을 하겠다는 이 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나는 컨설팅 강사로 그들을 방문하지만
일방적인 안내나 가이드를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수업 시도와 고민을 듣고 함께 구상해나가는 신개념 컨설팅을 시도하려 한다.
물론 나의 AI 활용 수업 사례와 AI 활용 평가를 위한 글쓰기 수업 자료는 가지고 간다만
내 것을 보여주고 자랑하는 것이 컨설팅이 아니다.
나는 저런 수업을 할수없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한번 저렇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주고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컨설팅이다.
기존의 내가 하던 수업에 추가한 새로운 것은 서술형 글쓰기 채점을 위한 GradeAssit 라는 플랫폼을 소개하는 것인데 교사 인증을 해야만 가능한 여러 가지 작업이 있어서 내가 먼저 다 해보지는 못했다.
내 생각으로는 학생들의 수행평가 파일을 읽으면 채점 기준에 작성해 놓은 툴에 기반하여
그 내용이 적혀있는지 없는지로 채점을 진행해주는 시스템일 것이다.
물론 이 툴을 사용하려면 정확한 채점 기준이 성립되어 있어야 함이 기본이다.
모든 서술형 평가는 다 그렇다만...
이럴 줄 알았다면 NEIS 인증 화면을 하나 캡쳐해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것은 사기이다.
나는 (전)교사일 뿐이니 말이다.
내가 소개를 하고 내가 못했던 부분들은
오늘 그 선생님들께서 계속 진행해서 나에게 피드백을 주면 되니 걱정하지 않는다.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온라인 평가 시스템에서 자동 채점 플랫폼을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나
(내가 그 툴을 시범 사용하였으나 화만 엄청 났다.) 예산만 엄청 투여하고 사실상 실패하였다.
특히 수학과목은 위 사진처럼 수식이 늘상 발목을 잡았었다.
이제는 AI 시대가 되었으니 그때보다는 쉽게 무언가 적용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 그 연습을 함께 해보면 되겠다.
이렇게 학습공동체는 일방적인 가르침과 배움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하는 포괄적 학습자 마인드를 좋아라 한다.
오늘 그들과의 대화에서 분명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을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오늘 그들에게 줄 메시지는 하나이다.
AI를 수업에 도입하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도 무섭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쓰는 것을 굳이 수업에 활용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는
마인드 전환만 시켜드리려고 한다.
AI를 써서 남는 수업 시간에 더 밀도있는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는 간단한 팁을 드리면 된다.
어떤 일이든지 먼저 한 사람들의 사례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 많은 사례 중 어떤 것을 선택하고 내가 참고하고 시도해볼 것인가의 방향성은 몹시 중요하다.
일평생 강의식 형태의 수업만 하셨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다행이다. 한 주의 시작을 의미 있는 일로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이번 주의 일은 이것 단 한 건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데...
성수동 어떤 멋진 식당 앞의 수식이 적힌 표지가
오늘의 대문 사진이다.
다들 보는것만으로도 질색 팔색할 수식이 딱 박혀있다.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좋아하셨던 사장님이실라나.
아래 부제는 묵묵히 뚜벅뚜벅 오라이라고 적었다.
오라이는 오케이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불꽃야구를 응원하는 사람들만 아는 의성어이다.
오늘은 아마도 비공식 경기가 있을 것이고(너무 멀어서 직접 응원은 도저히 못가겠다.)
3화 본방 유튜브 공개가 있다.(기대하고 고대하는 중이다.)
많은 어려움을 뚫고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도 나도 격렬하게 응원한다는 의미이다.
애쓰고 있는 모두가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