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아무튼 잘 먹어보자.
혈액 검사 결과도 봐야하고(결과 대기중에는 항상 걱정이 되기는 한다.)
혈압도 다시 재봐야 하는데(갑자기 저혈압이 되었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일단 명확한 것은 체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기운이 없고 자꾸 처지는 마음이 드는 것은 스트레스때문일지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온갖 잡생각이 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단 잘 먹어보기로 다짐을 하는데(다짐은 늘상 했다만.)
지난번 양념이 하나도 배어있지 않은 동태탕이 너무 충격이었을까 그 이후로는
맛나게 무언가를 먹은 기억이 없다.
수요일 짜장면이 그 중 제일 나았다.
물론 쉬지 않고 먹겠다는 시도는 했었다.
많이 못먹었을뿐 맛있게 먹지 못했을 뿐 안먹은 것은 절대 아니다.
어르신이 될수록 점점 더 입맛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친정 엄마와 아버지는 많이 안 좋으실때는 입맛 살리는 주사까지 맞으셨었다.
나는 원래 고기를 좋아한다.
기분이 나쁘면 고기 앞으로가 나에게는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고기를 먹으러 간다.
비건도 절대 아니고 해산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고기는 혼밥이 쉽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기는 물에 들어간 고기가 아니고 구워먹는 고기이다.
가끔씩 삼겹살도 구워먹고 등심도 구워먹고(물론 많이 먹지는 않는다만) 아주 가끔은 곱창도 구워먹고
그 고기를 구워먹는 김에 쌈을 사서 야채도 먹고 그러는 것이 나의 식습관이었는데
고기를 구워먹은 것이 언제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5월에는 먹은적이 없는 듯도 하다.
혼밥러의 최고봉은 혼자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먹기와
우아하게 뷔페가서 식사하기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 그말이 맞다.
이제 점점 더 입맛은 떨어질 일만 남았고
(모른다. 아들 녀석이 짝을 찾고 떡두꺼비 손자를 낳아서 나에게 봐달라고 하면 없던 힘을 내기 위해서
밥 한그릇 뚝딱 먹을런지는.)
고기를 구워먹을 일도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하므로
풀과 친해지는 식습관을 만들어야한다.
머릿속으로는 이해했다.
옛날 가끔 뵈었던 외할머니는 야채 비빔밥만 드시고 계셨고
당뇨로 고생하던 외삼촌은 된장국과 야채쌈만 주구장창 드셨으며
친정 어머니는 종종 물 말은 밥에 오이나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드시곤 했다.
왜 그러셨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나도 점점 그 식습관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인 듯 한데 그 시간을 가급적 늦추어보고 싶다.
이것이 저속노화 식단인지는 알 수 없다만
이제서야 야채와 친해지는 방법을 터특하려 한다.
일단은 비빔밥은 풀들의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초고추장의 맛으로 먹고
가끔씩 쌈밥으로 먹는 호박잎, 케일, 깻잎, 양배추, 상추등은 막장의 맛으로 커버하여 먹고
그래도 요새 가장 손이 가는 고수와 양파, 대파를 음식마다 황창 뿌려먹는 그런 비법을 써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나의 최애 음식인 김치를 적극 활용해보려한다.
김치의 맛에는 유독 나의 평점이 후하며 어떤 종류의 김치라도 모두 선호한다.
이 방법으로 버티고 버텨서 체중도 근력도
플러스는 못되어도 적어도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 그런 날들을 보내야만 한다.
오늘은 그래도 착한 나의 아들 녀석이 점심에 삼겹살과 항정살을 함께 먹어주었다.
고기도 맛났지만 사이드로 나온 반찬들이 정갈하면서 식욕을 돋구었다.
살짝 얼린 무 생채와 고추를 잘게 썰고 다져서 간장에 절인 이름 모를 반찬이 맛났다.
고맙기만 하다. 힘이 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언제까지 아들 의존적이 될 수는 없다.
독립적인 식사가 어르신 시대의 삶의 질을 가져다 주는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고기에서 풀로 극적인 식습관의 변화는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