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준비 - 볼거리와 놀거리편

드라마와 트로트의 세계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막내동생과 톡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새삼스럽지는 않다만.

나는 드라마를 잘 안본다.

한때 드라마작가를 꿈꾸기도 했었다.

드라마작가 학원에 등록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번가고는 안갔다.

다들 나보다 훨씬 젊었고(이미 아들 녀석이 유치원을 다닐 때 였던 것 같다.)

드라마 쓰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냥 글쓰기를 조금 더 세련되게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런 것을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다양한 강좌들이 많다만.

학원비를 돌려받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꽤 비쌌었는데...

앞 뒤가 안맞는데 이야기인데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지만 드라마를 잘 보지는았다.

물론 지금은 드라마의 형식과 주제와 플롯과 짜임새가 완성형인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복수치정극, 애정만사극, 복잡한 가정사와 불운의 연속 신데렐라 탄생극 등이 대부분이어서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하는 그 시간대에 나는 이미 졸려서 눈을 반쯤은 감고 있었으니

당시 아무리 유행했던 드라마라해도 기다려서 보는 그런 일은 해본 기억이 없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마음만 먹으면 찾아보기도 몰아보기도 가능한데

요새처럼 시간이 남아돌아도 그것은 잘 안된다.

차라리 오전, 오후 산책을 두 번 도는 경우는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막내동생도, 며칠 전 만난 초등 동창 친구도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를 보면 시간이 얼마나 잘 가는지 몰라.

그리고 그 맥락을 하나 하나 이해하려고 집중하다보면 치매도 예방돼.

내 머리 나빠지지 말라고 보는거야.>

아하... 그랬었다. 우리네 어르신들이 다들 그런 심오한 이유로 드라마를 보고 계셨던 것이다.

나만 몰랐다. 정녕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오늘 아침 더위가 몰려오기 전 싱그러운 어린이대공원 산책을 했다.

주말 아침이라 다른 평일과는 다르게

어르신들 보다는 러닝 크루들도 많이 보였고

일찍 어린이들과 나온 젊은 부부들도 많았다.

그런데 한쪽에서 그 멋진 분위기를 깨는 노래가 들린다.

할아버지가 산책을 하시면서 크게 틀어놓은 트로트이다.

세상에나 나도 힌번도 못들어본 노래인데 음조는 트로트가 맞다.

왜 그렇게 크게 틀고 다니시는 것일까?(귀가 안들려서라는 생각은 든다만)

나에게 멋진 노래가 다른 사람에게도 멋지란 법은 없는데 말이다.

지나가는 할머니들의 큰 소리 이야기가 들린다.

영화배우 누군가가 갑자기 죽었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혹시 하고 찾아보니 역시 가짜뉴스이다.

그 분들은 모두가 안되었다면서 믿고 있던데...

뛰어가서 아니라고 알려줘야하나 잠깐 고민했었다.

지나가는 또 다른 그룹의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오늘 오후 이곳에서 <전국노래자랑> 이 열린다면서 유명 트로트가수까지 나온단다.

지나가던 나에게도 이따가 꼭 보러오라고 당부한다.

두시 시작이니 열두시에는 와야한다면서.

나는 평생 트로트를 듣지 않았다.

아마도 어린 시절 매일 남진과 나훈아 노래를 틀고 지내던 친척언니뻘 되는 청소해주시던 언니에게 질려서 일 수도 있겠다.(그때는 집집마다 지방에서 올라온 언니들이 한 명씩 있었다.)

이제 어르신이 되었으니 그 나이에 어울리는 트로트에 친숙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볼거리와 놀거리가 준비되어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만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시간도 보내고 웃음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만

드라마와 트로트 말고 아직은 다른 방안은 없을지 좀 더 모색이 필요하다.

파크 골프와 등산도 아직은 그렇게 와 닿지는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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