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 자잘한 변화가 수시로 일어난다.
요사이 내 근심의 근원은 손가락의 힘이다.
원래부터 손아귀의 힘이 좋은 편은 절대 아니었다만 점점 둔해지고 약해지는 손가락의
내리막을 탄 듯한 힘빠지는 속도가 제일 큰 걱정거리이다.
페트병 뚜껑 돌려서 따기 뿐 아니라(이건 잘 안된지 꽤 오래전 부터이다.)
손톱깍기를 누르는 힘이 약해져서 겨냥과 조준이 잘 안되기도 하고
TV 리모컨 누르기도 잘 안될 때도 있고(특히 끌 때 완벽하게 가운데를 못누르는가보다. 안꺼질때가 있다. 자주 그런 일이 생겨서 화가 난다.)
노트북 자판도 자꾸 옆자리가 눌려져서 오타가 작렬하기도 한다.
브런치글도 보고 봐도 수정할 것이 생긴다.
어제는 그 손가락 없는 힘의 최악 버전인
화장실 변기 물내리는 레버가 잘 안 눌려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물론 세게 누른다고 눌렀는데 내려가지 않아서 고장인가 했더니 다른 사람은 잘만 누르더라.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다리 근육은 산책으로 커버한다고 하지만
손의 근육은 무엇으로 커버해야 할 것인가?
작은 아령을 사던가 아니면 외할아버지처럼 큰 호두알이라도 돌리거나 손바닥 박수라도 쳐야 하는 것인가?
아들 녀석 방에 있는 아령을 한번 들어보려했다가 세상 무거워서 기겁을 했다.
점점 약해지고 느려지고 둔해지는 손의 감각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오늘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자판이라도 눌러본다.
그런데 이 정도의 노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치매 엄마는 무언가를 드시기만 하면 이쑤시개로
이빨 사이를 쑤시곤 하셨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이상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입안이 텁텁해진다.
치석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예전의 다섯배는 빨라진 느낌이다.
그러니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 있겠다.
물론 정신이 있다면 칫솔질을 하겠지만 말이다.
치매가 진행된 엄마는 그냥 이쑤시개에 이빨을 맡기는 것으로 해결하곤 하셨다.
나는 아직은 분노의 칫솔질을 하는 것으로
텁텁한 입안과 이빨을 다스리고는 있으나
언제 어떻게 나도 이쑤시개를 사용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쑤시개의 시원함에 퐁당 빠질지도 모른다.
다른 것은 둔감해지는데 이것은 또 왜 민감해지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쓰고 살았는데
안경을 벗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딱히 돋보기를 쓰지는 않으니 안경을 벗어야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분명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다 멋져보이고
주름이 잘 안보인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만.
왜 그리도 선배 선생님들이 안경을 머리 위에 얹어두고 계셨었는지 당연히 알게 되었고
선글라스는 멋이나 패션이 아니라 햇빛 가리개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도 이제는 확실이 안다.
따라서 요사이 내 산책의 제일 중요한 준비물은 선글라스이고
비상시 연락을 위해 휴대폰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나갈 때도 함께 하며
(화장실은 물론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지면 119 연락도 쉽지 않다.)
고양이 설이의 날아다니는 털이 잘 안보여서
밥 먹기전 식탁을 꼭 한번씩 닦아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산책하러 나갈때는 꼭 로봇 청소기를 눌러놓고 나간다만
다녀오고 나면 누르고 나갔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당연하게 되던 일이 이제는 안되고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어가는
격변의 어르신 시대로의 진입 시기에 들어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주고 위로해주는
또 다른 내가 필요한데
아직은 조금은 분하기도 하고 많이 화가 나기도 하고 매우 당황스럽기만 하다.
내가 내가 아닌 그 느낌의 그 신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저속 노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투철하다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손아귀 힘 키우기 유튜브 영상이라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하였으나
실상은 어제 방영된 <불꽃야구> 유튜브 영상 돌려보기에 급급하다.
언제 영상이 비공개 처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용을 외울 때까지 여러번 봐두어야 한다.
치매 예방용으로는 최고인데
중요한 것은 직관을 갔었는데도 내용이 기억 나는 것이 반도 안된다는 점이다.
결과만 기억할뿐 과정은 몽땅 잊어버리는 것도 어르신이 되는 그 길목에서 일어나는 일인가보다.
이러니 재취업이란 요원할 뿐이다.
나의 꿈같은 희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