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고 흐리면 두통의 발생율이 더 높다.
어려서부터 숱한 두통에 시달리면서 살았다.
한때는 내가 그 시대 비련의 여주인공만 걸리던 뇌종양이 아닌가
그래서 흰 침대에 누워 머리를 밀고 붕대를 감고 친구들의 병문안을 받는 것이 아닌가
(얼굴은 조그맣고 희고 입술은 빨갛고 머리는 포니테일 스타일로 귀엽게 묶었다.)
그런 상상을 여러번 하기도 했을만큼 두통은 잦은 나의 질병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두통은
내과의사 친구의 말에 의하면 눈이 약해서 오는 부수적인 통증일 수도 있고
지극히 예민한 뇌의 통증일 수도 있다 했다만 나는
둘 다 복합적일 것이라고 자체 판단을 했었다.
한참뒤에야 막내 동생의 검진으로 아주 희귀한 유전에 의한 질병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굳이 나는 검진을 해보지는 않았다. 무서웠다.
안다고 굳이 달라질 것이 없는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이다.
아들 녀석에게 전달되지 않았기만을 기도해보지만
할 수 없고(아들도 두통약을 가끔 먹는다. 미리 알았더라면 독신의 삶을 기꺼이 선택했을 터인데.)
아마도 그동안의 병력을 볼 때 99퍼센트 확실하다.
막내 동생보다 나는 훨씬 더 먼저 더 자주 두통이 왔으니 말이다.
따라서 내가 어디를 가도 꼭 함께하는 필수품 중에 두통약이 들어가 있다.
두통약을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또 의사인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았을 때
어차피 대부분의 두통약은 진통제 종류이고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을 듣고서는 그냥 약을 먹고 있다.
어차피 나을 수는 없는 두통이었으니(희귀 유전 질병이다. 아직 치료약은 없다한다.)
통증이라도 덜 느끼는 방법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내 판단이라기 보다는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아파도 진통제를 먹지 않고 참는 많은 분들이 있는데 참고하시라.
두통은 이렇게 나와 함께 살아왔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는 않고
나의 일상 생활을 종종 많이 힘들게 만든다.
어제 그 정체모를 과자로 인해서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왔었나보다.
아무리 많이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해봐도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두통이 시작되는 아침이다.
다행히 자는 동안에 시작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만.
얼른 두통약을 챙겨 먹는다.
30분이 지나면 통증이 잦아들 것이다.
대부분은 그렇다. 아주 심한 날이 아니라면.
그래도 나 할 일은 해야하니
어제 큰 형님께 받아온 뉴질랜드산 꿀을 타서 공복에
한 잔 주고(위 회복에 좋다한다.)
아침으로는 항암효과가 높다는 토마토 스튜를 묵직하게 만들어 주고
(소고기는 건져서 내가 먹는다만)
역시 항암 효과가 있다고 후배가 선물해준 비싼
올리브 오일에 버섯과 두부를 구워 아침으로 대령한다.
본인이 엄청 좋아라하는 양파, 고추, 마늘 섞은 장아찌는 물론이다.
이렇게 챙겨주는 아침도 멀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부터는 이리 못해준다.
나 출근하기도 바쁘다.
저녁 한끼 챙겨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제 저녁부터 내 머릿속에 두통을 가져다 준 남편은 해맑은 모습으로 아침을 먹는다.
그래. 뒷끝이 없는게 저 사람의 장점이자 단점이었지.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 일로 촉발된 내 두통은 어째야 하냐 말이다.
항상 내가 판정패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사실 승부가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두통만 안오면 된다.
오늘 아침처럼 비가 오고 흐린 날 두통의 발생율이
더 높다. 내 체험 데이터에 의하면.
절대 남편 때문이 아니고 날씨 때문이라 되뇌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