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그리 용할리 없는데...
찝찝한 아침을 보내고
무지외반증 튀어나오는 그 부분에 커다랗게 물집이 잡혔다가
진물이 터지고 가라앉는 중인(그러나 아직도 부딪히면 쑤셔대는) 남편이 산책을 가자한다.
운동에 지나치게 집착을 한다.
못 걷게 되는 일과 근육량이 빠진 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인 것을 잘 알고 있다만.
그 부위를 건드리지 않는 신발이 있을리 없다만
아들 녀석의 낡은 운동화를 신고 기어코 산책에 나선다.
까딱거리면 걷는 남편을 옆에서 보는 것이
더 아슬아슬한데
티를 안내려고 무지 노력중이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자고 하는데
커피가 먹고 싶은 것인지 쉼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카페는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을 마련해두어서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님들로 만원이었고
그럼에도 혼자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넘어질까 부딪힐까 보는 내가 다 걱정이었다.
커피 맛은 모르겠는데 가격은 결코 싸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돌아다녔다.
점심을 먹고는 나 혼자 성수에서 열리는 오픈마켓에 다녀왔는데 아까 산책할때의 그 날씨가 아니었다.
엄청 더워서 땀범벅이 되었고
오픈 시간이 꽤 지나서 갔더니 물건들이
많이 빠져있었다. 야채는 특히 그랬다.
이 오픈 마켓도 이제 SNS를 통해서 소문이 꽤 나서인지
매니아층도 확보되었고 따라서 사람도 많고 늦게가면 물건은 없고 사진찍는 사람들만 많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한편 이런 일도 따라오는 법이다.
집 앞에서 저녁 냉모밀을 위한 무 반개를 사가지고 돌아왔더니(마지막 한 덩이가 남아있었다.)
남편이 그제서야 아까 하고 싶었던(아니 며칠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한 친구가 가평에 있는 세컨 하우스에서 휴양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단다.
눈물나는 우정이다. 중학교때 친구라는데...
물론 나는 강의 관계로 그곳에 동행할 수는 없겠고
지금껏 자기가 혼자 모든 것을 처리했었는데
자꾸 나의 힘을 빌려서 나약해지는 것이 싫다고 한다.
거기서 가열차게 운동을 하고 싶다고(아무래도 맨발걷기를 하려나보다.)
회사는 정리가 될 것 같다고(그것은 정말 바라고 바라던 일이다.)
병원은 꼭 갈거라고(항암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자기가 어렵게 꺼낸 이야기이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 한다.
매번 자기가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나는 반대만 한다면서 아예 반대를 하지 못하게 말을 막는다.
어쩌겠나. 일단 이번 주에 한번 가보고(시어머님도 뵈러갈겸)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달랬다.
자신의 인생이니 자신이 결정하는 것은 맞다만
혼자 지내면서 쉽지 않은 투병이 가능할까 싶다.
일단 손발저림으로 밥 챙겨먹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주말에 반찬가지러 오겠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을 수 있다.
그리고는 오늘 부산에서 열리는 <불꽃야구> 관련 이야기를 보러간 지인들에게 듣는 중인데
아뿔싸 감독님께서 안보이신다는 거다.
분명 아까 사직구장에 입장하시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부산이 몹시 덥다는 SNS도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80을 훌쩍 넘기신 분이지만
웬만해서 안나오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걱정이 된다.
오늘 내 꿈값인가?
내 꿈이 그리 용할리가 절대 없는데 말이다.
마음이 불편하다.
남편 이야기만으로도 그런데 이 이야기가 더더욱 불편함을 보태고 있다.
건강한 게 최고다.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마음이 무거운 저녁이다.
아마도 꿈값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