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최선은 아닌데.
나는 성격이 엄청 급한 편이다.
따라서 일의 진행이 더딘 것을 못 참는 편이고
말도 돌려한다거나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거나 아리송한 상태로 밀당을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나 그렇게 많은 표현은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시를 참기가 힘들다.
참을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
이 나이에 고치기는 힘들겠지만 단점이 틀림없다.
단 점점 표현을 줄여가고 있는 편이기는 하다.
안 좋은데 좋은 척은 못하겠고 못들은 척 관심 없는 척 모르는 척하는 방법을 습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아마 나를 오랫동안 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물론 아픈 것도 잘 참지 못한다.
참지 못하기도 하고 통증에 예민하기도 하다.
어떻게 아픈 곳이 엄청 커질때까지 모르고
아픈것을 못느끼고 참고 있는게 가능하단 말인가?
남편은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안 아프고 건강했던 것이 아니라 아팠는데 참았던 것이었고
그것이 이렇게 큰 병으로 닥쳐올 줄은 정말 몰랐었던 것 같다.
그러니 자주 아픈 나를 그런 이해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던 것일게다.
내가 사랑니를 뽑고 와서 통증에 몸부림치면서 진통제를 삼킬때도
치질 수술을 하고 어그적 거리면서 걸어다닐 때도
다양한 종류의 두통과 감기에 자주 밥먹듯이 걸릴 때도 그런 눈빛이었다.
이렇게 자주 아프다 말이야? 하는 그런 눈빛.
물론 말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장점이다.
어제 저녁 남편의 엄지 발가락쪽이 튀어나온 부분이(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빨갛게 부어있는 것을 보았다.
나에게는 사흘 전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한 후
그 부분이 쏠려서 아프다라고만 이야기를 했고
나는 접촉성 피부까짐 정도로 생각하고 소독용 밴드를 사다주었었고
계속 양말을 신고 있어서 그 정도까지인줄은 몰랐는데
어제 보니 상태가 별로라서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계속 안아프다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밖에서 스쳐서 난 상처가 아니라
안에서 물집이 잡혀서 커진 상처로 보이는데
병원에 가면 아마 물집을 터트려 줄 것 같은데
자기는 이런 걸로 병원에 가지않는다면 단호하다.
평생 그랬었다.
코로나19임에 틀림없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아산에 있어서 어쩔수는 없었다만)
사랑니에 염증이 생겼는데도 버티고 버티다가 병원에 가고(그날 처음 아프다는 말을 들었었다.)
노상강도에게 퍽치기를 당해서 눈위가 찢어지고 부었는데도
아프다는 말 대신 꼬매고 몇일 있다가 다시 술을 먹을 수 있냐고
내 친구인 외과의사에게 농담을 하는 자칭
안아프다가 입에 배인 사람이다.
진짜 안아픈 것인지 아니면 안아픈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증에 민감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참을성이 겁나 많은 것은 결코 장점이 아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이 딱 맞는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 오죽하면 병원에 갔었겠나 싶다.
작년 9월에서 10월사이. 배가 많이 아파서 일을 하다가도 배를 깔고 누워있곤 했단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심상치 않아서 큰 병원을 가보라했단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복부 통증이 없다하는데 그것은 참말일까?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는 듣기 좋은 말일까?
나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데 남편은 그렇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아니다. 철저하게 팩트기반 촌철살인을 한다.
당장은 가슴 아프고 기분 나빠도 돌아보면 그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참을성이 많다는 것은 좋은 심성임에 틀림없으나
어떤 면으로는 당사자의 가슴이 썩어 들어가는 일일 수도 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향을 가졌으니 우리는 서로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가 없다. 구조적으로다가.
그나저나 엄지 발가락 쪽 그 튀어나온 부분 부은 곳을 어찌한다?
주말이라 일반 병원도 안할거고 남편이 제발로 찾아갈 일도 절대 없을텐데 말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그 부분은 왜 자꾸 더 튀어나와서 신발신기에도 불편하고 걸음 걷는데도 불편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도 많이 튀어나와있고 오래 걸으면 신발에 스쳐서 아플때도 있다만 남편처럼 부어오른 적은 없다.
내가 없을때 설마 그 발로 맨발걷기를 한 것은 아니겠지?
운동을 안하면 곧 못걸을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알겠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남편의 요즈음 큰 믿음은 센 항암제를 먹으니 다른 병균들도 함께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센 바퀴벌레약을 치면 개미나 날파리도 다 죽나?
남편의 고집을 꺽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오늘은 주말이니 기다려본다.
물론 남편이 병원에 가겠다는 말을 스스로 할 확률은 아주 낮다.
그 놈의 참을성.
(무지외반증 때문은 아닌듯 하고
본인은 이런 적이 종종 있었는데
자연 치유 되었었다한다. 그놈의 자연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