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점점 떨어진다.

점점 내 맘대로 생각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나름 학력고사 국어 만점자이다.

지금은 과학 전공자라 과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나는 완전 문과 체질이고 대학 입학을 위한 학력고사에서 국어와 역사 만점자이다.

국어는 언제나 자신있는 몇 안되는 과목이었고

글쓰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적이 거의 없으며

(지금도 브런치 작성하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교내 백일장에서 수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무슨 상이었는지는 매번 달랐다만)

대학교때 국문과 친구들을 물리치고

비국문과에서 처음으로 교내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로 학보에 실렸던 적이 있다.

아들 녀석을 낳고 나갔던 성인들의 나름 유명했던 백일장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었다.

그때는 진짜 기뻤었다.

유명 작가님이 심사위원이셨는데

엄청 호평을 해주었었다.

대상 수상자는 등단이 된다고도 했었는데

그럼 나는 등단한 작가인가?

어디서 확인해봐야는지는 알 수 없다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겠다만.

따라서 문해력은 누구보다도 우수하다고 자부했었는데

이제 점점 그 능력마저도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


오늘 행사 안내 문자이다.

<일시 : 오늘 12:20 ~ 17:00

장소 : 미리 알려지면 안되므로 전일 17시 이후 개별 안내>

비슷한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점심 도시락을 먹으면서 심사자에게 기준이나 주의사항 안내를 했던 것 같아

오늘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왜냐? 모이는 시간이 어정쩡한데다가

점심을 먹고 오라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식을 제공하는지 아닌지 물어볼까도 생각했는데

조금 거시기하게 보일까봐 묻지 않았었다.

그리고는 어제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장소가 여러번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오늘 아침 9시에야 장소가 픽스되는 문자가 또 왔는데 거기에도 중식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점심 도시락을 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것일까?

문구 어디에도 중식의 ㅈ도 언급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도착해보니 아무도 점심 이야기는 하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간식용 과자와 깡생수로 심사 시간을 버텼다.

비가 안와서 야외에서 진행되었다면 꼼짝없이

내가 제일 먼저 쓰러질뻔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12시 20분은 점심시간에

딱 걸리는거 아니냐?

비싼 도시락을 기대한것도 아니다만.

너무 내 맘대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난다.

문해력 부족이다.


오랜만에 행사 관계로 찾은 중학교 교실은 정겹기만 하다.

수행평가 안내 자료가 가득 붙은 칠판도

학급의 여러 가지 일을 어떻게 나누어서 할 것인가를 작성해놓은 역할표도

체육대회를 방금 마쳤는지 구석에 놓여있는 학급 응원 보드도

익숙한 책상과 걸상 높이 마저도 나를 울컥하게 한다.

추억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배가 고파서이다.

이 학교에도 야구부가 있는지

스쿨버스도 보이고

연습 잔디 구장도 보이고

덩치가 크고 땀 냄새에 쩔어 있는 익숙한 모습의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다.

늘상 보던 야구복과 모자를 쓰고서 말이다.

매일 보던 일상인데 한참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내 학교라는 생각은 2월말까지 소속이었던

그 학교이고

지금 나간지 딱 일주일이 된 학교는 새 학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나의 떨어지는 문해력으로는 그렇다.


오늘 심사한 활동 내용은 아직 대외비니 이곳에 기록할 수는 없지만

지금 대학에서 수행하는 내 강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고

한줄 요약으로 적어둔 내용이 있으니

오늘의 내용을 소개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오늘 과학행사 참가자 비율은 남 4: 여 6의 비율이다. 초등학교 5,6학년이다.

내가 강의하는 강좌들의 수강생 남녀 비율과 비슷하고

내가 좋아라하는 <불꽃야구> 직관 관람객의 비율과도 비슷하다.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는 나인데

아직 비율이나 숫자를 판단하는 감각은

느껴질만큼 확연하게 떨어지고 있지는 않은 듯 싶다.

이참에 다시 수학 공부에나 도전해볼까?

수학에서 제일 잘 한 부분은 당연히 집합 영역이다.

수학의 정석에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어느 과목이던지 1단원을 제일 열심히 공부하는 법이다.)

집합은 어쩌면 문해력으로 이해해서 푸는

(수학 문제 치고는 지문이 길다.)

문제 유형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멋진 대문 사진은 어제 응봉산 야간 산행을 갔다는 지인이 보내준 사진이다.

응봉산 전망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한 삼년이 되었던 것 같다.

개나리꽃이 피면 가겠다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었는데 휴식 기간이던 올해는 왜 못간 것이냐?

이제는 힘들어서 갈 수 없을 듯 한데.

추석 연휴를 노려봐야겠다.

단풍이 일찍 시작된다면 더더욱 좋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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