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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Jan 21. 2022

핵 전쟁


핵전쟁 시나리오

 

모두가 잠든 새벽 군사당국()에 긴급한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적국으로부터 본국으로 발사된 핵탄투 미사일 탐지"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결국 '핵무기 발사'로 이어져버렸습니다. 적국이 발사한 핵탄두 미사일의 표적은 당국의 핵무기 시설과 미사일 발사체가 밀집된 지역으로, 적국의 목표는 당국의 핵무장력을 무효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국의 핵탄두 미사일이 당국으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당국의 원수는 특단의 조치를 감행합니다. 적국으로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하여 대응 공격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결국 당국 역시 적국의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체 밀집지역으로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핵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새로운 전쟁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주도로 진행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리틀보이(littleboy)는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팻맨(fatman)은 같은 해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되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투하지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핵무기 개발은 국제 정치학의 패러다임을 뒤바꿔놓았습니다. 핵무기가 가진 대량살상/대량파괴 능력으로 기존의 군사무기들은 '재래식 무기'가 되어버렸고, 핵무기가 국가 안보에 위중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안보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군인들이 진지를 구축하며 싸우는 백병전을 비롯해 해군력과 공군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가져왔습니다.


핵전쟁 요건, 선제공격과 대응공격


국가 간에 핵전쟁이 일어나려면 2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1st strike ability(선제공격능력)과 2nd strike ability(대응공격능력)입니다. 앞서 살펴본 핵전쟁 시나리오에서 처럼 핵전쟁은 한 국가의 핵 선제공격(1st strike)으로 시작됩니다. 이때 핵공격을 탐지한 국가에서는 대응공격(2nd strike)을 감행할 수 있다면 핵전쟁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대응공격능력은 다시 두 가지 경우로 나눠 살필 수 있습니다.


우선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지 않은 시점'에서 대응 공격(2nd strike)을 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경우는 선제 '핵공격을 받은 뒤' 대응 공격(2nd strike)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본토의 핵무기 시설이 파괴된 후에도 대응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핵무기와 발사체 시설을 '여러 군데' 포진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렇습니다. 미국 본토 이외 유럽의 NATO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 배치된 미군기지에는 '전술핵'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7년경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은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1991년 미국과 소련의 합의에 의거해 노태우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며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철수하게 됩니다.)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molition)와 핵 억지 이론(Deterrance theory)


 그런데, 핵전쟁 시나리오를 보면 핵전쟁은 결국 치킨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가 상대국에 선제공격을 감행해서 성공하더라도 상대국의 대응공격으로 당국 역시 핵무기 피해를 받아 결국 공멸한다"는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molition) 개념이 등장합니다. 즉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보는 시각인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군사력이 미약한 약국이 강국의 억압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핵을 주장하는 '핵억지 이론'(Deterrance theory)'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 중 한 명인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는 "핵보유국이 많을수록 국제사회는 보다 안정된다.(More May be a better)"는 논지를 펴기도 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잠재하는 핵 위협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핵무기를 동반한 제3차 세계대전이 될 수 있었던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미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되어있던 쿠바에서 카스트로 혁명이 성공한 뒤 소련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서 미소 냉전을 격화하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1962년 10월 14일 아침 쿠바에 핵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미국 펜타곤(The Pentagon, 미합중국 국방부의 별칭)에 입수되면서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위기가 가시화되었습니다.


미소 간 대치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군의 핵전력 부대들에게는 비상대비태세가 내려졌다. 그런데 이때 U2 정찰기가 항로를 이탈하여 소련 영공으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소련의 핵실험 낙진을 수집하라는 임무명령서가 하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를 소련 공격을 위한 최후 정찰로 판단한 소련 방공부대는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며 이에 대응하여 알래스카 미 공군도 핵무기로 무장한 전투기를 대응 출격시켰다.

<외교 상상력(2016)>, 김정섭, 113~114pp.


 군사적 긴장감이 극심한 이때, 핵실험 낙진 수집을 위해 군당국의 명령을 이행했던 미군 정찰기의 행동이 소련에게 '전쟁 의도'로 비쳐 핵무장을 갖춘 공군력이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비록 핵전쟁으로 비화되진 않았지만, 역사적 선례가 보여주듯 핵전쟁의 위협은 국가의 지도자가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처럼 말이죠. 이와 관련해서 또 다른 국제정치학자인 스콧 세이건(Scott Sagan)은 "핵무기가 더 많으면 더 나빠진다(More Will Be Worse)"라 주장하며 케네스 왈츠의 '핵억지'이론에 응수합니다.


북한과 핵 그리고 한반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북한의 핵무기'라는 두려운 존재가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규약을 무시한 잘못된 행동임에는 틀림없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찌 되었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을 갖춰,  핵무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폭파되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이루면서 '중국식 사회주의'노선을 걷는 상황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동맹이 가진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에 느낀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북한은 약소국으로서 강대국의 억압을 회피할 수 있는 '핵억지 이론'을 채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강행하는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의 목표는 '미국'을 향한 선제공격능력(1st strike ability)을 갖추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합니다. ICBM의 도달거리커질수록 압박강도는 커집니다. 그리고 미사일의 머리끝에 소형화시킨 핵을 장착한다면 이것이 곧 핵탄두 미사일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북한은 대응공격능력(2nd strike ability)을 갖추고자 합니다. 미국이 세계 각지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핵 발사체 잠수함'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SSBN(ballistic missile submarine, SS는 잠수함을 B는 탄도미사일을 N은 원자력 추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이라 부르고 이 핵추진 잠수함에 싣는 미사일을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라고 칭합니다.


고정된 미사일 발사체와 달리 바닷속을 누비는 잠수함은 레이더 감지가 어렵기에, 잠수함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은 채 핵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에 2nd strike ability를 갖추었음을 공표하게 됩니다. 물론 이를 갖춘 SSBN의 개발은 아직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된다면 위협적인 존재임은 분명하죠.


핵과 국제정치

 

 한반도는 현재 군사적 긴장감이 가장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서 비롯된 분단은 이후 미국과 중국의 신(新) 패권경쟁으로 이어지며 강대국의 장기판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형국입니다. 최근에는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감이 옮겨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갈등을 촉발시킬 군사적 요소는 여전히 한반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즉 전쟁을 일으키기 좋은 구실이 한반도에 많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핵위기를 바라보는 조금은 민감한 시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핵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분쟁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지역 핵분쟁, 중동 이란 핵개발과 미국의 경제봉쇄조치, 미국이 허용한 이스라엘 핵보유, 우크라이나의 핵폐기와 러시아의 공습 등 수많은 지역의 국가 분쟁은 핵전쟁의 위기를 어느 정도 잠재하고 있습니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강력해지고 소형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힘의 논리로 점철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이 만들어내는 역학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국제분쟁은 더 이상 국경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안보문제와 직결됩니다. 단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냐의 문제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역사가 얽히고 정치적인 갈등이 쌓여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그 속에서 민감한 시선으로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결국 오늘날 국제사회이슈를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현명한 판단을 해낼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마무리지으려고 막 썼습니다. )



참고자료


김정섭, 외교상상력, 2016

이삼성,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2018


강원식, 시론-핵무장은 전쟁을 억지하나 유발하나, 경남도민신문 (2019.06.19)

검색일(2021.12.14.)


http://www.gn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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