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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Mar 20. 2024

합판이 개판이네...

공장장님이 철형 작업을 마무리하시곤 합판을 들어올려 요리조리 둘러보신다. 


"합판이 개판이야"


목형작업을 위해 들여오는 인도네시아산 합판의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마음에 안들지만 대책이 없어 쓴 한숨을 내뱉는 것으로 애써 모른체 할 뿐이다. 


 합판품질 문제는 합판 유통업체를 바꾸는 것 이상의 문제다. 애초에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은 시장에서 중요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품질이 좋은 것은 자국 산업체나 주문 수량이 많은 국가로 빠질 테고 그 중에 남은 품질 낮은 불량품들이 한국으로 유통된다는 이야기는 유통업체의 변치않는 변명거리다. 


  9겹으로 겹쳐진 합판은 구멍이 여기저기 숭숭나있어서 레이저 가공이 일정하지 않거나 목판의 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빈 구멍은 합판을 휘게 만들고 균일하지 않게 발라진 본드는 합판을 그을릴 정도로 불을 붙게 한다. 이는 레이지 기계 내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업무에 지장을 준다. 돈을 주고 산 합판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우리가 납품한 목금형으로 작업해야하는 도무송 가게들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테다. 


 사실 품질문제는 합판만이 아니다. 철제 칼 역시 큰 문제다. 한국 자체의 생산업체가 독과점을 하다보니 품질이 불균일해서 칼 가공이 어려운 경우에도 나몰라라 하며 불량품을 납품할 뿐이다. 원치 않으면 더 비싼 돈을 내서 높은 등급의 칼을 사라고하는데, 품질의 문제가 언제부터 양품과 불량품의 잣대로 구분되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의 제조업은 산업사회의 기반이 된다. 아무리 IT 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되었다 한들, 아무리 돈이 금융자본시장에 몰려있다한들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제조업은 무너지면 안된다. 하지만 사회는 그저 반도체 혹은 금융거래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 산업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면 수많은 기반 제조업들을 해외에 의존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포장상자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회가 되면 그 수많은 제품들의 단가는 어떻게 얼마나 오를 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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