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아마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커다랗고 암흑 같은 극장 안에 앉았을 때 이야기다.
불이 탁 꺼지고, 큰 스크린에서 무수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는 그날 거대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항상 잠에 들면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있는 앨리스처럼 머릿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는 했는데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엄청난 거 아닌가? 내가 꿈꾸고 상상하는 모든 게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니.
창작에 손을 댄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고 처음엔 가벼운 시로 시작했다. 문학이 뭔지도 예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떠올리는 단어를 조합해 문장 만드는 게 전부였고 조금 더 컸을 땐 조금 더 긴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그 시절의 어린 나에겐 시가 너무 짧고 표현에 한계를 느낀 게 분명했다. 조금 더 재밌는 게 필요했다. 내가 꿈꾸는 걸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나는 조금 더 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게으름뱅이인 나에게 유일한 취미였던 글쓰기는 삼 년을 지나 나름의 장편소설 하나의 마침표를 찍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무언가 끊임없이 난 만들고 싶었고, 쓰고 싶었고, 생각하고 떠올리며 내 세계를 넓히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기에 '비긴 어게인'이라는 음악 영화를 만난 후 나에겐 큰 터닝 포인트가 하나 생긴다.
나 아직도 영화 좋아하는구나!
무언가 좋아하는 게 이렇게 심장 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무턱대고 난 영화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과정이 즐겁진 않았지만 나름의 포부가 있었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굉장한 행운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무 살, 유학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급하게 치른 입시에 운이 더해져 영화과에 붙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재까지(~ing) 영화 공부 중이다.
현재 영화과 2학년이 된 시점, 무언가 난 또 새로운 게 필요했다. 어렸을 때처럼 만큼이나 가슴 뛰는 일이 없었고 영화를 예전만큼이나 좋아하는지 확신도 없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계속되어야 하고 그래서 이왕 하는 공부, 차라리 그냥 솔직하게 영화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전문적인 글도 아닐 거고 그래봤자 영화과 시네필 (호소인)이지만 좋아하는 영화 얘기는 꾸준히 하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누구나 영화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 이만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괜찮다. 나도 영화를 사랑한단 말을 당당히 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지만 우린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자. 뭐든 좋다. 나도 뭐든 써내려 가려한다. 그때 극장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봤던 설렘만큼이나 '비긴 어게인'을 보고 느낀 감동만큼이나 물 밀려 들어온 이 거대한 영화 세계에 같이 손 잡고 뛰어든 지금. 좋아하는 영화 하나쯤 떠올렸으면 좋겠다. 멈추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는 거다.
영화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 당신뿐만이 아니라 나 또한 그렇다. 영화를 분석하려고 하니 감도 안 잡히고 예전만큼의 재미도 안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남에게 말할 때 꼭 영화를 세세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이 영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계속 기억에 남았어." 이 정도도 충분하다. 이 정도로는 시네필 자격이 없다고? 영화 사랑하는 것까진 아직 어려워도 좋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영화는 감정 공유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내가 뭘 느꼈는지를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영화를 잘 본 사람이다. 더 나아가 분석까지 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무수히 많은 영화 시네필들이 할 테니 당신은 즐기면 된다.
앞으로 많은 영화 이야기들을 담아보겠지만 무엇보다 나도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라 내가 좋아하는 걸 전하려고 한다. 잠시나마 해방의 공간이 되길 바라며.
사진 출처 :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