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스토리 01번째 이야기
나나와 나나. 이름은 같지만 성격은 다른 둘.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이 영화.
사랑만 쫓던 스스로를 로맨티시스트라고 하는 나나와 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나나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다. 그리고 운명처럼 이어지는 이 둘의 만남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사실 OST도 좋으니 찾아봐주길 바란다. 낭만을 쫓는다면, 락밴드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봐주길.
| 나나와 나나
이 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남자친구랑 살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 도쿄로 올라온 소녀인 나나는 우연히 기차에서 자신과 정반대의 스타일의 옷을 입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나나를 만난다. 이름이 같다는 공통점 하나로 호기심이 생긴 서로는 이 우연한 만남을 즐기기로 한다.
하지만 코마츠 나나의 도쿄 상경은 설레기 전에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남자친구인 쇼우지는 막상 도쿄로 올라온 코마츠가 스스로 집을 구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나나는 사는 곳을 알아보다가 또다시 기차 안에서의 다른 나나와 마주치게 된다. 다행히 밝고 귀여운 탓에 같이 살기로 한 둘은 한 집에서 같이 살며 점점 애정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검은 옷의 오사키 나나는 항상 밝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코마츠 나나에게 어느 날 애칭을 붙여준다. 그것도 '하치'라는 강아지 애칭 같은 이름을 말이다.
나는 영화 내내 이 코마츠 나나와 오사키 나나 사이에서 장난스레 오가는 '하치'라는 단어에서 오사키가 코마츠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애정 없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늘 코마츠를 신경 쓰는 오사키의 관심이 아니었다면 저 애칭도 없었을 거다.
그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한 둘의 애정은 영화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그려지는 둘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떠올리게 했고 두 인물을 사랑스럽게 보이게 했다.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만큼 짜릿하고 재밌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아주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사키와 항상 함께하는 코마츠, 하치의 발걸음을 나 또한 보면서 계속 신경 쓰게 만드는 포인트였다.
이 둘의 우정 사이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이 둘은 어디까지나 환상 전에 현실을 겪고 있다. 코마츠에게는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부딪히기도, 사람에 부딪히기도 하면서 고향에서 벗어나 사회로 던져진 스스로를 계속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항상 그 옆에 오사키가 있다.
생각보다 쇼우지라는 남자친구의 존재가 코마츠에게 도움을 주진 못한다. 어디까지나 코마츠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어주긴 하지만 쇼우지는 결국 코마츠가 아닌 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코마츠가 겪는 건 실연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오사키가 있었다.
| 사랑과 꿈
누군가에겐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누군가는 꿈을 바란다. 나나와 나나의 이야기이다. 둘은 관계가 지속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의 앞으로를 그려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는 서로를 응원해 준다. 어떻게 보면 도와주기도 한다. 지금의 코마츠 나나가 사랑을 쫓고 있는 것처럼 오사키에게도 사랑이 있었다. 오사키와 음악으로 연결되었던 렌이라는 인물은 오사키에게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해 준 인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악에 대해 계속 떠올리게 해 준다. 오사키와 코마츠의 만남이 우연이지만 알고 보니 코마츠가 렌이 자신을 떠난 뒤 새로 들어간 밴드의 팬인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지도.
이 우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마츠가 콘서트 티켓을 구하게 되면서 오사키는 어쩌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무대 위의 렌을 보게 된다. 한때 연인이었던 이가 이제는 스타의 자리에 오른 걸 실감한 순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사키의 모습은 어쩌면 처음으로 보이는 오사키의 무너지는 순간이다.
누구나 이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항상 바라고 꿈꾸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린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현실을 도피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도망을 꿈꾸기도 했는데 코마츠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영화를 보며 공감이 되면서도 오사키의 모습에 이렇게 시련을 느낄 만큼 무언가 열정 있게 다가간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랑과 꿈. 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어려워 보이는 단어를 다 품고 있는 나나와 나나. 이 둘의 이야기는 마치 모험 같다. 설렘, 시련, 그리고 극복. 이야기의 진행은 어쩔 수 없는 해피엔딩을 예견하고 있지만 둘의 해피엔딩까지의 과정 안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은 날 설레게 만든다.
이 영화가 자꾸 떠오르는 게 바로 그 이유가 아닌가. 나나와 또 다른 나나. 둘이 그리는 꿈과 사랑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원밖에 없지만 그 순간에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오사키와 렌 사이를 회상하는 장면들의 배경이 겨울인 것도, 그 차가운 겨울에 덜덜 떨면서도 목도리 하나 나눠 두르고 길을 걷는 그 하나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고. 무대 위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나나도. 이제는 더 이상 쇼우지에게 상처받지 않는 나나도. 어딘가의 나나를 응원하고 싶다. 그 설레는 감정도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는 감정도 떠올리는 모든 것들이 제목 이상으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그런 '나나'를 보며 우린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설렐 수 있기를. 그리고 사랑과 꿈을 마음껏 그려내길 바라며.
Nana, 나카시마 미카의 - GLAMOROUS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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