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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Dec 04. 2015

한 울타리 허물 투성이

웹툰  그래도 되는가



  "암 걸릴 것 같아"라는 (환자분에게) 상처 주는 표현을 정말 싫어하는 나지만 이 웹툰의 별명은 본격 발암 유발 만화이다.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는데 고구마 3개를 우유 없이 꾸역꾸역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애석하게도 나를 더 옥죄여오는 이 알 수 없는 두려움나에게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참 익숙하다. 너무나 익숙한 상황들이라 웹툰을 보는 동안 주인공에게 격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공간이긴 하나 타인과 공유하는 나의 페이지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우리 집 상황을 까발리고 싶지는 않다. 화가 나서 오히려 기운이 빠지는 지난 몇 년간의 일들에 대해 나는 일체 입밖에 꺼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익숙한 상황을 내뱉는것이 아직 나에게는 익숙치 않다. 너무나 건강하게 좋은 사람들과 지내는 나에게 유일한 치부가 가족이니까

- 긍정적으로 살자는 마음가짐도 아마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 집안 내 문제는 없다. 우리를 둘러싼 '가족'이라는 같은 집단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아빠에게 요구하는 부담과 충성이 문제를 일으킬 뿐이지. 그러나 전체의 흔들림은 가장 작은 관계들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불가피한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여 의심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잔잔한 호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파장에 나는 겁을 먹었지만, 이제는 그 파장에 익숙해져 가는 나에게 겁을 먹게 됐다.


배려가 부재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뜻한 공존은 지속될 수 없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집에 오는 길, 눈을 보고 기뻐하던 나에게 날아온 문자는 나의 감정을 기막히게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사람인데 우리 가족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그쪽의 불순한 의도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급한 일이라고 나에게까지 문자를 보낸 그녀에게 나는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길래 우리가 보냈던 관심에 대한 답장 한번 없고, 지난 몇 년간 교류도 없던 사람이 먼저 연락을 했을까라는 의심과 불안이 먼저 나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눈 오는  겨울맞이를 방해한 그 문자에 대한 답변을 아직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의 (작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아팠다. 아직 경제적 능력도 사회적 명성도 쌓지 못한 어설픈 20대에게는 스스로를 더 나약한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답답하다.


  이 글을 본다면 우리 아빠는 분명 마음  아파할 것이다. 아빠에게 가족은 1순위였고 앞으로도 1순위일 테니까.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혼자 길을 개척한 아빠는 여전히 시골의 자랑이다. 지금도 스탠드를 키고 공부를 하신다. 나는 개천에서 자란 용이 아니라 그런지 아빠만큼의 충성을 가족에게 할 자신이 없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그 사람들에게 나는 보답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정말로


  인간으로 태어나자마자 자동적으로 속해지는 첫 번째 집단이 가족이다. 이 집단을 위해 개인에게는 선택의 권리는 없고 책임의 의무는 부여된다. 제한 없는 요구와 보답을 기대하면 안 되는 애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해야 되는 것이 가족 간의 의리이자 사랑인지, 아직도 나는 가족이라는 신기한 집단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기가 어렵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허물을 수용하는 것이야 말로 가족 간의 진실된 관계일까


  눈 오는 오늘 아침, 배웅도 못하고 출근한 아빠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무뚝뚝하지만 정말 따뜻한 사람, 자기 발전을 위해 여전히 공부하며 나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자극제인 아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물론 그는 허허허 웃으며 일말의 위로도 받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오늘은 꼭 다시 한번 말해야지

부담을 줘서 미안하다고 늘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항상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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