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구의 70%를 이루는 바다를 항해하는 항해사이다. 선박으로 출근하면 하선하여 퇴근할 때까지 항해를 멈추지 않는다. 매일 아침 드넓은 수평선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과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과업들, 그 속에서 쉬어가며 보는 각양각색의 대자연을 보며 내가 승선하고 있는 이 선박도 인생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생각한다.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되어 자기 맡은 역할을 다 하며 어쩔 땐 조선소에 수리를 들어가기도 하고 또 어쩔 땐 잠깐 멈춰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다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고장이 많아지면 회사는 결국 폐선을 결정하고 선박은 해체되어 또 다른 선박으로 태어난다.
우리의 인생이랑 뭐가 다른가. 태어나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적응을 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쪽으로 가기도 하고 또는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인생을 항해한다. 그러다 어느샌가 몸이 고장 나면 병원을 가 치료를 받기도 하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자연으로 해체된다.
그래도 폐선으로, 죽음으로 결과가 정해져 있음에도 맡은 바를 다 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매일 아침 BRIDGE(선교)로 출근을 하고 커피 한잔을 하며 인수인계를 받는 동안에도 못 차렸던 정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드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어느 목적지를 향해 간다. 앞을 보기도 하고 못했던 업무를 하기도 하다 보면 어느샌가 가기로 한 항로대로 가지 않고 조금 벗어나있다. 그래도 괜찮다. 급한 건 아니니깐,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도착해서 보면 크게 차이도 나지 않고 신경도 안 쓰인다.
날씨가 안 좋을 때나 태풍이 오면 저어기 멀리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결국 향하는 목적지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해할 일을 마치면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간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맡은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힘들면 돌아가고 무지개가 핀 곳에 갔다 와도 늦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인생을 항해한단 말이 있다. 앞서 말했듯 가끔은 항로를 벗어나긴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면 되고, 태풍을 만나면 계획을 수정해 멀리 돌아가도 된다. 이 넓은 바다에는 자동차처럼 길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잠시 돌아가면 어떤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바다와 하늘을 봤으면 됐고 다시 돌아가면 되는 거다.
나는 오늘 어떤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가?